한경연 1.9% 전망치 발표… 현대연도 2.5→2.1% 대폭 하향조정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중 상당수가 이미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춘 가운데 국내 주요 경제기관에서도 처음으로 1%대 성장 전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8일 공개한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종전 전망치(2.2%)보다 0.3%포인트 낮춘 1.9%로 제시했다. 최근 금융연구원(2.1%), 한국개발연구원(2.0%) 등 국내 주요 경제기관들이 2%에 근접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는데, 이번에 2%를 밑도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 것이다.
한경연은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수출의 급격한 감소를 꼽으면서 지난해 연간 3.9% 성장했던 수출이 올해는 0.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 격화와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인해 주요 수출 상대국들의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우리 수출이 위축될 걸로 내다봤다.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상실로 교역조건이 악화한 점, 일본의 수출규제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된 점도 수출 급감의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원은 이러한 대외여건 악화가 내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설비투자 감소가 심화하고 민간소비 성장률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현대연)도 이날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치(2.5%)보다 0.4% 낮춰 2.1%로 발표했다. 현대연 역시 세계 경제 둔화와 교역 침체를 성장세 약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특히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경제의 경착륙 전망이 늘면서 한국의 수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현대연은 내수 측면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노력에도 민간 부문이 반응하지 않으면서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정부 부문의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대비 7.9%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이후 가장 높았으나, 민간 부문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래 가장 낮은 0.4%에 그쳤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과 민간 주체의 심리 냉각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재정집행과 수출 회복을 위한 해외시장 개척 등을 주문했다.
이미 해외의 IB 및 경제기관 중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ING그룹 1.4%, 씨티그룹ㆍ모건스탠리 1.8%, 골드만삭스ㆍJP모건체이스 1.9% 등이다. 블룸버그가 8월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0%인데, 이 가운데 1%대 성장률을 전망한 곳이 11곳에 달한다.
당초 연내 성장률 2.4~2.5%를 목표로 했던 정부도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 낮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는데, 오는 11월 수정 전망 발표 때 추가 하향 조정을 예상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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