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반 년째 ‘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둔화’라고 진단하다가 4월부터는 6개월 연속 ‘부진’이라는 용어를 써 한층 부정적인 진단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은 물론 소매판매(소비)와 설비ㆍ건설투자 모두 감소하고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는 게 KDI의 평가다. 생산의 경우 7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의 증가폭이 확대됐으나 조업일수 증가 등 일시적 요인을 감안할 때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고 KDI는 설명했다. 실제 7월 전 산업생산 증가율(전년동월 대비)은 자동차(14.1%)와 기타운송장비(26.3%) 등 광공업생산이 증가세로 전환하며 전월(-0.8%)보다 높은 0.5%를 기록했지만, KDI는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 대비 하루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경기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제조업 재고율이 115.2%의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은 생산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KDI는 지적했다.
소비와 투자의 경우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0.3% 줄었고,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3.4포인트 내린 92.5로 집계됐다. 7월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에서 전월(-17.6%)과 유사한 16.2% 감소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건설투자를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건축(-8.2%)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KDI는 “지난달 수출금액이 반도체와 석유류를 중심으로 감소한 가운데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수출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KDI는 세계적인 경기 하강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생산 부진이 완화됐으나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소비도 약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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