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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사냥터 140억대 소송… ‘눈덩이 상속세’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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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사냥터 140억대 소송… ‘눈덩이 상속세’ 사연은

입력
2019.09.09 04:40
수정
2019.09.09 15:4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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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거물 CJ ENM 임원 부친이 의친왕 장남에 아차산 일대 매입

세무당국, 공시지가 256억 기준 상속세 146억원 과세하자

상속인 “2008년 32억 평가” 주장했지만 2011년 압류 후 계속 패소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영화계 거물’로 꼽히는 CJ ENM의 임원 A씨가 140억원대 상속세를 두고 세무당국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땅은 원래 조선 왕족의 땅으로 A씨의 아버지 B씨도 1960~70년대에 소유권을 두고 오랜 소송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졌다.

8일 법원 판결문과 토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2008년 6월 B씨는 A씨를 포함한 자녀 4명에게 서울 광진구 일대 78만5,110㎡ 넓이의 임야 등을 상속했다. 세무당국은 상속세 146억원을 부과했으나 A씨 등이 이를 납부하지 않자 2011년 12월 토지를 압류했다. A씨 등은 2012년 상속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 다시 상속세부과처분무효확인 소송을 냈으나 이 또한 지난 1월 패소 판결을 받아 항소해둔 상태다.

영화계 거물 A씨가 상속세 소송 중인 아차산 인근의 토지. 송정근 기자
영화계 거물 A씨가 상속세 소송 중인 아차산 인근의 토지. 송정근 기자

A씨 등이 상속받은 토지는 조선시대 왕족이 사냥을 즐겼던 곳으로 알려진 아차산 자락에 펼쳐져 있다. 과거 언론보도를 보면, 이 땅은 아버지 B씨 때도 논란이 있었다. 원소유자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의 장남 이건(李鍵)이다. B씨는 고종의 손자인 이건에게 1,000만환(당시 약 7,000만원)을 주고 1958년 해당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토지매매 이전에 이건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 땅을 명의신탁해뒀다는 부분이었다. 실패로 끝났다지만 상해임시정부 망명까지 결행했던 아버지 의친왕과 관계가 소원했던 이건은 일본에 적대적이지 않았고, 1955년 일본 국적을 얻었다.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잃은 이건은 아차산 일대 땅을 이모씨 명의로 돌려뒀다. B씨가 이 땅을 샀다는 사실을 알자 이씨는 1963년 B씨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을 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법정 다툼 끝에 1979년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토지 원소유자인 이건이 국적을 잃었다고 해서 토지소유권까지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무려 16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소유권을 인정받은 B씨였지만, 권리를 모질게 행사하지는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소송이 진행되는 줄 모르고 이 땅을 사들여 살게 된 이들이 500여 가구나 됐지만, B씨는 “승소로 얻은 소유권을 ‘선의의 취득자’에게 넘기겠다”며 500여 가구의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해줬다.

B씨가 A씨 등에게 상속해준 땅은 그렇게 떼주고 남은 땅이다. 분쟁의 핵심은 땅의 가치평가다. A씨 등 상속인 측이 2008년 상속 당시 세무당국에 신고한 토지 가치는 32억원 가량이다. B씨는 숨지기 두 달 전 김모씨와 최모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거래는 상대방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무산됐고, B씨는 조금 지나 숨졌다.

반면, 세무당국은 토지 가치를 256억원으로 평가했다. A씨 등이 신고한 가격의 8배에 달한다. 상속 직전 토지가 거래될 뻔했던 가격이 아니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근거한 방법인데, 256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기초로 A씨 등 4명에 대해 2010년 12월 기준 146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여기에는 제 때 세금을 내지 않은데 따른 가산세 25억원 등도 포함됐다.

A씨는 ‘상속세가 너무 많이 부과돼서 납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근 소송이 진행 중이고 바로 그 대목이 소송의 쟁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상속세 미납분에 대해서는 “땅이 공매를 통해 팔리는 대로 세금은 납부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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