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초동조치를 부실하게 해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9월 30일 오후 11시15분쯤 실종 여중생 B양의 부모는 ‘딸이 아직 귀가하지 않았고 전화기도 꺼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5분 뒤 서울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은 당직근무 중이던 경위 A씨에게 긴급 출동을 뜻하는 ‘코드1’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했고, 함께 당직을 선 순경이 “알았다”고 응답한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실종 신고 다음날 오전 2시42분쯤 지구대에 도착해 약 2분간 수색상황을 물었을 뿐, 신고자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현장을 방문하는 등의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B양은 출동 지령 70분 뒤 이영학에게 살해당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이 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당시 여러 건의 코드1 지령이 발령됐고, 다른 사건의 피의자를 조사하느라 부득이 현장출동이 지연된 것”이라면서 “여중생 실종 사건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책임을 담당 경찰공무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동 지시를 받을 당시 여중생 실종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건이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설령, 출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즉시 신고자와 전화통화로 면담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가거나 전화로 신고자와 면담조사를 실시하고, 최종 목적지 주변에 대한 초동 수색을 해야 한다. 재판부는 “A씨가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해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면서 “실종 여중생이 친구의 부친에게 살해되는 등 비위행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