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가구 정전되고 이재민 1세대 발생
교회첨탑·학교외벽 떨어지고 농작물 피해 1만4468ha
주말 한반도 서부지역을 할퀴고 지나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3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4m, 시속 190㎞가 넘는 빠른 속도에 간판과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면서 인명 피해를 키웠고, 농작물 피해도 잇따르면서 추석을 앞두고 풍년에 부풀었던 농가들이 망연자실했다.
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이날 오후 7시 기준 태풍 '링링'에 따른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 16만여가구가 정전됐고 농작물 피해 면적은 1만4,468㏊에 달한다.
태풍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면서 추가적인 피해 상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어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풍에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5분쯤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중국 국적 이모(61)씨가 2층짜리 골프연습장 건물 지붕에서 보수 공사 중 강풍에 뜯겨져 나간 지붕 패널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인천에서는 오후 2시44분쯤 중구 인하대병원 후문 주차장 인근 담벼락 50m가 무너지면서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A(38)씨가 밑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오전 10시30분쯤에는 충남 보령시 남포면에서 창고 지붕을 수리하던 최모(75) 할머니가 강풍에 30여m 날아가 옆집 화단 벽에 부딪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부상자 대부분도 강풍 피해자였다. 7일 오후 4시9분쯤 대전 유성구 한 상가에서 간판이 떨어져 50대 남성이 다쳤다. 이 남성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12분쯤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는 2m 크기 병원 간판이 떨어져 길을 가던 40대 남성이 머리를 다치는 등 시민 13명이 다쳤다.
옥외 간판과 지붕 안전조치를 하다 소방공무원 5명과 경찰관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상자나 아직 집계되지 않은 피해를 합치면 인명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전망이다.
규모는 컸지만 다행히 많은 비를 동반하지 않아 재산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재민은 1세대가 발생했고, 일시적인 주택 침수는 18동으로 집계됐다.
정전 피해는 전국에서 16만1,646가구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인천 4만2,557가구, 경기 3만3,428가구, 대전·세종·충남 3만1,002가구 등이다. 이 중 99.8%인 16만1,406가구에 전기가 다시 들어왔고 나머지는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민간시설 927건과, 공공시설 2,703건 등 전국적으로 3,600여 곳에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대전·제주 지역의 주택 18개 동과, 서울·대전 등의 상가 건물 62동이 한때 침수됐다.
농경지 1만4,468㏊서 벼가 쓰러지거나 과일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피해 면적은 164㏊로 집계됐다. 제주에서는 넙치 2만2,000여마리가 질식사하고 돼지 500마리가 폐사했다. 가로수는 2,444그루가 넘어졌고 전신주와 가로등 125개가 쓰러졌다. 남원시 향교동 한 아파트에서는 지붕 덮개가 강풍에 날려 인근 주차장에 떨어져 차량 6대가 파손됐다. 제주·서울 등지 학교 등 공공시설 108곳에서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
목포에서 북항으로 피항한 3,000톤급 크레인선 밧줄이 끊어져 바다로 740m가량 떠내려가는 등 제주와 전남 등지에서 모두 35척의 배가 전복됐고, 강원지역 등에서는 차량 22대가 파손됐다. 간판이 떨어져 나갔다는 신고는 서울과 경기 등에서 165건이 들어왔다.
문화재 피해도 25건이나 됐다. 사적 제118호인 진주성 성곽 두겁석(성곽 상부 덮개돌) 2개가 인근 나무가 넘어지면서 파손됐고, 문화재자료 제261호 함안 박한주 여표비, 유형문화재 제141호 진주 응석사 대웅전에서는 각각 비각 기와, 전각 기와가 떨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541호로 지정된 합천군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는 밑동까지 완전히 부러졌다.
도로 7곳과 방파제·해안도로 3곳이 유실·파손됐다.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고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항공기는 제주공항 415편, 인천공항 117편 등이 결항됐다. 목포와 마산, 여수 등을 오가는 100개 항로의 여객선 165척도 발이 묶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링링' 피해 사후대책회의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관계 부처는 정확한 피해 파악에 임하고 당장 급한 응급복구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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