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로 착각할 정도로 감쪽같은 빌트인 냉장고, 사람 귀 모양에 따라 최적화된 사운드를 제공하는 오디오…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의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LG전자의 ‘롤러블(돌돌 말리는) TV’와 함께 큰 인기를 얻은 제품들이다. 축구장 25배 크기인 IFA 전시장에서 인파가 가장 많이 모이는 부스만을 골라 찾아 다녀보니, 소비자 발길을 사로잡은 제품에는 파격과 변신, 혁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반면 기존에 있던 제품을 단순히 모방해 출품하거나, 혁신적인 기술과 거리가 먼 평범한 제품에는 관람객들의 눈길이 좀처럼 향하지 않았다.
◇격식 깨거나, 변신 잘하는 제품 인기
전시회 개최국인 독일 가전 업체들의 부스는 대체로 규모가 크고 화려했다. 생활가전 강국답게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놓았는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냉장고처럼 보이지 않는 냉장고’였다.
독일 프리미엄 냉장고 브랜드 ‘리페르’가 대표적이었다. 리페르는 과일이나 동물을 배경으로 한 그림을 냉장고 외부에 그려 넣어, 냉장고를 집안 인테리어의 일부로 변화시켰다. 박스형 소형 냉장고를 책장에 올려두니 냉장고라기보다 액자 속 그림처럼 보였다. 직접 열어보기 전까지는 냉장고인지 알아보기 힘든 빌트인 냉장고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주방의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대형 냉장고 도어는 밖으로 향하는 출입문으로 오인할 정도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독일 관람객은 “유럽 소비자들은 주방 가전을 선택할 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것에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며 “냉장고이지만 냉장고처럼 보이지 않는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1,800여개의 IFA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1만 72㎡) 전시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부스에서도 파격과 혁신적인 변신을 이룬 제품에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렸다. IFA를 통해 대중에 처음 공개된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전시장은 제품을 체험하려는 관람객의 긴 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아울러 TV를 껐을 때 그림과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액자처럼 변신하는 삼성전자의 신개념 TV ‘더 프레임’과 TV와 가구 역할을 동시에 하는 ‘더 세리프’에도 소비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월 미국 CES(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공개된 LG전자의 ‘롤러블(돌돌 말 수 있는) TV’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여전히 뜨거웠다.
◇혁신 기술에도 높은 관심…모방 제품은 찬밥
아직 상용화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 나온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 소니 전시장에선 사람의 귀 모양에 따라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하는 ‘360도 리얼 오디오’ 체험존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체험존에서는 관람객의 귀를 촬영해 그 형태를 분석한 뒤, 개인의 귀 모양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체험관에서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은 미국 관람객은 “마치 라이브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이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밖에 일본 샤프는 세계에서 가장 큰 120인치 초고화질 8K LCD TV를, 중국 하이센스는 화면이 자체적으로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소닉 스크린 레이저 TV’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제품을 단순 모방하거나, 이미 오래 전 개발된 기술을 새로운 것인 양 박람회에 들고 나온 기업과 그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창홍, 스카이워스 등 중국 전자 제조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 ‘세로 TV’ 등과 비슷한 개념의 TV를 전시했으나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중국 샤오미도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중저가 스마트폰 A80에 적용한 ‘팝업 카메라’ 기능을 도입한 제품을 전시했으나 소비자 관심을 받지 못했다.
베를린(독일)=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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