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위에 해당하는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7일 오후 북한에 상륙한 뒤 빠르게 북상하며 약화하고 있지만 수도권에는 강풍과 비가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제주도와 남부 지방은 저기압 영향으로 8일부터 9일 오전까지 최대 150㎜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링링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북한 황해도 해주 인근 서해안에 상륙한 뒤 오후 6시쯤 평양 동북동쪽 약 30㎞ 부근 육상을 지났다. 이동 속도는 북북동쪽 방향으로 시속 48㎞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75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에 이른다. 통상 태풍은 육지로 이동하면서 세력이 급격하게 약해지지만, 링링은 중형급 규모와 강도 ‘중’을 유지하고 있다. 강풍 영향반경도 300㎞에 달한다.
이번 태풍은 규모가 크고 강도가 센 편이어서 8일 새벽까지는 중부 지방에 강풍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링링은 8일 오전 6시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북북서쪽 약 240㎞ 부근 육상을 지난 뒤 이날 오후 12시쯤 블라디보스톡 북북동쪽 약 550㎞ 부근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할 전망이다. 태풍 중심부에서 멀어지면서 중부 지방에 발효됐던 태풍 특보는 7일 밤 9시를 기해 모두 해제되고 강풍ㆍ풍랑 특보로 변경될 예정이다.
태풍은 8일 급격히 약화하며 소멸하겠지만, 이날 제주도 남쪽에서 북상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7일 오후 들어 태풍 특보가 해제된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는 8일 오전부터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8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북상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경남은 8일 아침부터 비가 시작되고 이날 오후에는 그 밖의 남부 지방, 이날 밤에는 충청도와 강원 남부로 확대되겠다”고 밝혔다. 이 비는 중부 전역으로 확대돼 9일까지 이어지고 일부 지역은 10일까지 내릴 전망이다.
8일부터 9일까지 전라도 경남, 제주도에는 50~100㎜가 내리고 많은 곳은 150㎜ 이상 오는 곳도 있겠다. 같은 기간 충청도와 경북의 예상 강수량은 20~60㎜(많은 곳은 80㎜ 이상), 강원도와 서울ㆍ경기도, 울릉도ㆍ독도는 10~40㎜다.
기상청은 “중부 지방은 태풍의 영향으로 8일 새벽까지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농작물 피해 예방, 안전사고 등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며 “7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8, 9일에도 비가 이어지면서 장기간 매우 많은 비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니, 침수와 산사태, 축대붕괴 등 수방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비는 10일 밤에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수요일인 11일부터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비가 그쳐 당분간 맑거나 구름이 많은 날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대기가 불안정하고 습도가 높은 상태인 데다 변수가 많아서 날씨가 급변할 수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강한 태풍이 또 발생해 한반도에 다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대만과 필리핀 인근 바다의 온도가 29도 안팎으로 매우 높아 태풍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서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태풍이 10월 말이나 11월 초까지도 발생하고 있어서 링링 이후에도 강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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