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회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14주째 대규모 주말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시위대는 오늘(7일) 오후 홍콩국제공항 주변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벌인다. 공항을 겨냥한 한 3번째 시위로 이날 오전부터 홍콩공항고속철도(AEL) 운행이 통제됐고, 경찰은 시위대 색출을 벌이는 등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후 중으로 예고된 ‘공항 마비’ 시위를 앞두고, 홍콩 경찰이 공항으로 향하는 대중교통수단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공항고속철도는 홍콩역과 공항역만을 오가는 상황이며, 중간의 카오룽역과 칭이역, 아시아월드엑스포역에는 정차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AEL 홍콩역과 공항으로 가는 버스 최소 한 대를 경찰이 수색했다”고 전했다.
이는 공항 안팎에서 교통 대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한 홍콩 시위대를 색출해내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비행기 탑승객들만 공항 출입과 AEL 이용이 허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시위대는 지난 주말 시위(8월 31일)에서도 항공 대란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공항 출입로를 봉쇄했으며, 지난달 12일에도 경찰과 충돌이 잇따르는 가운데 공항 입국장을 점거해 대규모 항공기 중단ㆍ지연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대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티셔츠 등을 입지 않기로 하고,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탑승권 위조 계획 등을 세우자 교통ㆍ경찰 당국이 이 같은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홍콩 경찰과 공항 당국은 고의적인 방해나 가짜 탑승권 사용 시도는 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反)정부 시위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국 역시 진짜 여행객과 시위대를 식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SCMP는 전했다. 라우 윙케이 공항지구대 부대장은 수하물과 가짜 탑승권을 가진 시위대와 일반 여행객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의 한 시위대 홍보물은 “여러분이 평범한 시민, 여행자라는 점만 명심하면 됩니다. 공항 주변에 있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만 있다면 경찰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멎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홍콩 시위가 ‘송환법’을 넘어서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진상 조사와, 체포된 시위대 1,100여명의 무조건적 석방, 나아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전날 중국 난닝시에서 열린 ‘범 주장 삼각주 협력 회의’에 참석해 여러 차례 시위 과정에서 홍콩 청년들이 많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으며, 또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중요성도 모르고 있다며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