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6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특히 미국 정부의 기존 ‘속도조절론’ 기조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동안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북미 간 실무협상을 조속히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미시건대 연설에서 “우리(미국)는 북한으로부터 소식을 듣는 즉시 교섭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리 혼자서 이것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류 후에도 북측의 불응으로 북미 간 실무협상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북한 측에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재차 전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미 정부의 협상을 통한 ‘외교적 관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에 압박과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비건 대표는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의 계속되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의 위험한 현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 규범에 대한 '반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에 대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WMD를 고수한다면 북한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을 현실화하거나 경제적 안보와 안정을 결코 향유하지 못할 것이며, 세계는 북한의 WMD 고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비건 대표는 적대 청산을 시작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과 안전 보장 등 비핵화시 상응 조치에 해당하는 ‘밝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거듭 밝혔다. 그는 북미 협상이 진전되면 "(북미) 양쪽 모두 각각의 국민과 전 세계를 향해 미국과 북한이 대결로부터 불가역적 결별을 했다는 걸 선언할 중대한 조치들에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북한 내 인프라 투자와 신규 수출시장 개방 등 경제 발전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이날 비건 대표는 미국이 그간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 ‘속도조절론’을 시사했던 것과 달리 ‘1년 내 주요 진전 달성’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년 동안 이러한 목표를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진전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공유한다면, 그는 우리의 팀이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바꿀 준비가 돼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정책에서 성과를 거두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북한이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를 장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주리주 라디오방송 KCMO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세 차례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김 위원장)는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이런 점에서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비롯되는 핵 위협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전 세계 모두 도움이 되고, 또한 북한에 안전과 평화, 번영을 보장하는 일련의 결과를 위해 북한 팀과 협상하는 데 매우 전념하고 있다"며 협상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또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 "우리는 그들(북한)이 여전히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여전히 외교의 길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그것이 올바른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장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대화 노력과 함께 대북 압박도 이행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것(비핵화)은 항상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장애물이 있으리라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김 위원장과 그의 팀이 지난해 여름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들을 이행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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