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통신사들이 ‘미래 암호기술’이라 불리는 양자암호통신의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회의에서 SK텔레콤과 KT의 기술력이 대거 받아들여진 것이다.
SK텔레콤의 ‘양자 난수발생기 보안구조’ 관련 권고안 1건은 이번 ITU-T에서 국제 표준으로 예비 승인됐다. 예비 승인이란 회원국 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없을 경우 최종 표준으로 채택된다는 의미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비밀번호’는 아무리 어렵고 무작위의 숫자인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시간을 오래 투자하면 언젠가는 풀어낼 수 있다. 특히 현재 IBM 등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양자컴퓨터가 어느 정도 상용화된다면,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보안 시스템은 무력화되는 셈이다. 양자암호는 ‘양자’ 자체의 특성 덕분에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 SK텔레콤이 기술은 양자 기술을 이용해 난수의 보안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최종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전세계 양자암호통신 연구 및 개발의 토대가 된다.

KT도 이번 회의에 참여해 6건의 기고서를 제출했다. △양자암호통신에 활용되는 양자 잡음 난수 생성기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기술과,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보안과 관련한 기술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양자 잡음 난수생성기 표준에 관한 기고서의 경우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국내 산업계에서 개발한 기술이 포함될 수 없었으나, 이번 회의에 제출한 KT 기고서가 반영됨으로써 국내 기술이 극적으로 국제 표준에 합류할 수 있었다.
국내 통신사들은 지난해 5G 표준 채택 과정부터 최근 양자암호까지 최근 900여개의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ITU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화 과제를 4건 이상 수행하고 있으며, KT도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고서 실적이 23건으로 가장 많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번 표준은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SK텔레콤 등이 국내∙외 다양한 관계자들과 협력해 이뤄낼 수 있었던 쾌거”라고 격려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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