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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코리아 펀드’ 바람에도 미지근한 은행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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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코리아 펀드’ 바람에도 미지근한 은행권, 왜?

입력
2019.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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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필승코리아 펀드 취지는 좋지만, 지금 가입하기는 좀.....“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달 14일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가 투자자 바람몰이에 나서며 500억원 이상의 자금(5일 현재 503억원)을 모았다. 지난달 26일 기술ㆍ소재 분야 ‘극일(克日)’을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이후,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릴레이 가입 행렬이 이어지자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하지만 정작 펀드를 판매 중인 금융권은 잠잠한 편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박영선 벤처중소기업부 장관 등 주요 경제 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펀드에 가입했지만, 금융권 주무 부처라 할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의 가입 소식은 아직 들려 오지 않고 있다. 정책형 상품이 나올 때마다 앞장 서 가입했던 주요 시중은행장 등 은행권의 참여 열기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처럼 금융권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대한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것은 우선 최근 파생결합상품 논란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객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 가입한 파생결합펀드(DLF)가 현재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예금자보호를 받지 않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또 다른 펀드에 힘을 실어주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탄생한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 보다 경쟁력이 약하지만, 정부 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국산화가 됐을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부품ㆍ소재ㆍ장비 기업 등의 주식에 중점 투자하고, 운용보수의 절반은 관련 분야 대학의 장학금과 연구소 지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는 투자위험등급이 전체 6개 등급 중 두 번째로 위험한 2등급(높은 위험, 3년 수익률 변동성이 25% 이하)으로 평가됐다. 펀드가 투자하는 부품ㆍ소재 기업의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이나 은행원들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가입할 수 있겠지만,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며 “일부 은행은 필승코리아와 유사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 경쟁사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가입해도 순수한 의도로 비춰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당장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의 가입 여부는 개인적인 일이라 알 수 없다”면서도 “경제를 살리자는 뜻을 담아 대통령이 가입했으니 그 취지를 살려 동참한 국무위원처럼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은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를 감독하는 책임자로서 자칫 시장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의 ‘통일펀드’나 ‘청년희망펀드’처럼 대통령이 가입하면 금융당국 고위직과 은행권이 우르르 동참했던 전례도 있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없어 이 같은 전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다만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필승코리아 가입 여부를 묻는 질의에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관심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정부 때는 금융당국이나 은행연합회가 가입 실적 자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직간접적으로 가입 압박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 정부는 자율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위원장이 동참하더라도 이전처럼 강제성을 띠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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