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엽적 문제에 고성만…조국은 “몰랐다”, 여당 철벽 수비
딸 진단서 대신 페북 캡처 제출 공방…김진태, 종이 찢어
국민적 관심 속에 ‘진영 전쟁’으로 비화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한치의 물러섬 없는 총공세와 방어로 격돌했다. 요란한 공방 속에서도 일부 청문위원은 실체적 진실 규명과 거리가 먼 비방에 몰두하는가 하면, 지엽적 문제에 매달리고, 이미 언론검증에서 쟁점이 된 의혹과 입장을 재확인하며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 도돌이표 질의와 응답이 거듭되면서 ‘맹탕 청문회’에 그쳤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총력전에 나선 야당은 오전 내내 ‘동양대 표창장 발급 의혹’과 ‘최성해 총장과의 통화 여부’에 집중하며 증거인멸 의혹을 정조준했다. 이 과정에서 최 총장과의 통화 횟수가 1번이냐, 2번이냐를 가지고 같은 질의와 답변이 반복되거나, 조 후보자가 서울대 소유의 PC를 집에 가져갔다는 등 지엽적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위증을 교사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조 후보자의 “전혀 아니다”는 답변은 오전 내내 돌림노래처럼 되풀이됐다. 딸의 각종 교육특혜에 관해서도 앞서 공개된 후보자의 입장과 한국당의 지적이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을 향한 견제에 나서면서는 내내 고성이 오갔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이 웅동학원 이사장이었던 조 후보자의 선친을 겨냥해 “학교의 빚을 키웠다”는 취지로 질의하자,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사자명예훼손을 하지 마라”며 강한 저지에 나섰다. 표 의원은 또 이 발언을 저지하는 김진태 한국당 의원을 향해 “정신을 차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둘러싼 항의도 이어졌다. 여 위원장이 ‘빠른 회의 진행’을 주장하며 조 후보자의 추가 답변 기회를 주지 않자,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이에 항의하며 “청문회는 미국에서 히어링(hearing)이라고 한다. 히어가 무슨 뜻인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거세게 항의했다. 여 위원장이 “내가 초등학생 입니까. 이봐요!”라고 받아 치면서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야당 측 자료제출 요구에 조 후보자가 줄곧 방어적 자세를 취하면서 신경전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딸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배경 검증을 이유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요구하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이미 제출된 엉뚱한 서류를 다시 제출 받았다”며 종이를 찢어 거칠게 내던졌다.
김도읍 의원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먹튀 장학금’ 논란 검증을 위해 진단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조 후보자가 진단서 대신 딸의 페이스북 캡처 인쇄본을 제출한 일도 공방을 키웠다. 김 의원은 “더 웃긴 건 페이스북 글을 보면 ‘허리를 접질려서 운동도 못 가고 침대에 누워서 먹기만 하니 돼지가 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며 “자료 제출을 서둘러 달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14년 장학금을 받고 질병 사유로 휴학한 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논란이 일었다.
무기력한 청문회에 대한 한탄은 야당에서도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들 이미 올라가 버린 닭이 내려 올 리 있나”라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맹탕인 야당이 맹탕 면죄부 청문회를 열어줘 맹탕인 조국을 법무장관 시켜 준다”라고 이날 청문회를 혹평했다.
홍 전 대표는 “비리 덩어리를 장관 시켜 주었으니 그간의 우리 비리도 이제 덮어 주세요. 특검과 국조는 야당 입장도 있고 해서 계속 주장할테니 그냥 양해해 주세요”라고 상황을 비꼬며 “참 기분 더러운 하루”라고 적기도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 한국일보는 <인사청문회 전문으로 보는 후보자별 ‘정책과 의혹’ 검증 인터랙티브>를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전문을 날 것 그대로 제공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여야 의원들의 질의 내용과 조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주제별로 직접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문 공개 바로가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830171536296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