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보는 책이란 건 편견이다. 어른들도 묵직한 메시지에 위로 받는다. 감성만 추구하지도 않는다. 미처 알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지식의 세계에 풍덩 빠질 수 있다. 요즘 그림책 이야기다. 독자층이 다양해지다 보니 그림책도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올 때 길잡이가 돼 줄 그림책 가이드북 2권을 소개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맘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른의 그림책’ 저자 황유진씨는 어른들끼리 모여 그림책을 읽는 정기모임인 ‘그림책 37도’를 운영한다. 워킹맘, 직장인, 주부, 중년 남성, 노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성별도 세대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 그림책을 보며 위로를 나누며 ‘힐링’한다. 모임을 처음 만든 황씨는 그림책이 어른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유에 대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림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 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늘 절제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세상에서 그림책은 날것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황씨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IT통신회사에 10년간 다니며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복직과 퇴직의 기로에서 깊은 불안에 휩싸였던 그에게, ‘오리건의 여행’이란 그림책은 큰 용기를 주었다. 서커스단 광대인 난쟁이 듀크는 재주 부리는 곰 오리건으로부터 숲에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커스단을 탈출한다. 난쟁이 신세로 언제나 낮은 곳에 시선을 두며 살았던 듀크와 서커스단 철창이란 좁디 좁은 세계에 갇혀 있었던 오리건. 항상 낮고 좁은 방식으로만 살아오던 두 친구는 광활한 세상을 활보하며 점점 자신의 본질을 찾아나간다.
책은 아침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워킹맘,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직장인,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 어색한 중년 아저씨 등등 다양한 테마에 맞춰 엄선한 36권의 그림책을 추천해준다.
◇세상 모든 지식의 보물창고
학교도서관저널에서 펴낸 ‘지식 그림책 365’는 다양한 지식을 직접적으로 습득하도록 돕는 논픽션 그림책들은 소개한다. 단순히 학습보조재로서 읽히는 그림책이 아니라 정제된 지식을 잘 전달하면서도 각각의 개성 있는 일러스트가 눈에 띈다.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기초 과학, 수학, 공학 이야기를 다룬 ‘과학ㆍ수학’, 꽃과 나무, 균류, 미생물 등을 모은 ‘생명ㆍ생태’, 세계 문명과 문화, 역사적 사건, 생활사 등을 다룬 ‘역사ㆍ문화’ 다문화, 난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 가족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는 ‘사회’ 분야 등 12가지 주제별로 365권을 선정했다. 그러나 각 권마다 큐레이션을 적용해 실제 추천된 그림책은 1,000권에 달한다. 초등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읽기 수준을 고려해 각각의 책마다 난이도를 표기했다. 어른들이 읽었을 때 생각의 가지를 뻗어가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책들도 적지 않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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