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복 제작 강소기업 윤솔NICE
“전국 유치원 원복의 70~80%는 대구에서 제작합니다.”
섬유도시 대구는 원복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메카다. 7군데 남짓 되는 대구지역 업체에서 원복 시장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 원복 업체는 규모가 지역에 못 미친다. 황윤정(52) 윤솔NICE 대표는 “해외 공장 이전 등으로 예전보다 규모가 줄었지만 그럼에도 섬유도시의 전통과 산업 기반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원복 강소기업인 윤솔은 쟁쟁한 지역 유치원복 기업 중에서 압축성장의 대명사로 통한다. 여느 회사에서 30년 걸릴 성장을 10년만에 해냈다. 2008년 첫해 5천만원을 기록한 이후 10년도 안 돼 30억을 넘어섰다. 원복 업계의 작은 거인이다.
윤솔의 성장엔진은 황 대표의 남편인 노태갑(55)공동대표다. 원단부터 시작해 다양한 분야에서 30년간 실력을 쌓았다. 지역 섬유 관련 기업의 정보와 기술자 상황을 훤하게 꿰고 있다 보니 최적의 팀웍을 꾸려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런 근본자원을 가지고 윤솔은 ‘마감 약속 하나는 철저하게 지키는 기업’의 이미지를 굳혔고, 이것이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납품 일이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유치원복은 훨씬 더 예민하다.
“시간을 못 맞추면 우시는 원장님들도 있어요. 학부모들의 항의 때문이죠. 원복 때문에 유치원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 마음이 타들어가는 거죠.”
납품일은 유치원보다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이다. 학부모들의 매서운 눈썰미를 만족시키려면 제때 납품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과 품질에도 완벽해야 한다. 기준치가 한껏 높아졌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한창 클 때라는 생각에 한두 치수 크게 입히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선호한다. 학부형 한명의 요구 때문에 전체 원복을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납품일, 원단, 디자인까지 한 마디로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윤솔이 성장했습니다. 섬유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수준 높은 소비자는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입니다. 소비자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장과 퇴락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도 진출했다. 정식 수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에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윤솔 유치원복을 봤다”는 제보는 자주 접한다. 몽골, 베트남, 라오스에서도 윤솔 원복을 입은 아이들을 마주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공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선물로 들고 가기도 했고, 다문화단체 등에 기부한 옷이 전달된 경우도 있다. 황 대표가 직접 봉사활동을 나가서 선물로 준 사례도 있었다. 현재는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정식 수출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 한국에서 통하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 자체가 경쟁력을 강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윤솔은 말 그대로 ‘압축성장’에 성공한 기업입니다. 그런 만큼 훨씬 더 다이내믹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자신합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해외 주문이 밀려들 것으로 확신합니다.”
황 대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 계명전문대 패션학부에 19학번으로 입학했다. 디자인을 보는 안목을 키우려는 목적이었지만, 막상 학교에 다녀보니 디자인 공부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디자인과 학생들과 공부하면서 지역 젊은이들이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새삼 실감합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우리 지역 사람들 자체가 디자인에 예민하기도 하지만, 젊은 친구들의 디자인 감각을 보고 있으면 속으로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들의 능력과 감각이 곧 대구 섬유산업의 근본자원입니다.”
황 대표는 “섬유를 사양산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그간 섬유도시로 쌓은 노하우와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발상을 잘 조합하면 세계에서 주목하는 섬유패션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윤솔도 지역 패션산업의 성장에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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