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형집진기에 30년 매진, 이젠 세계 겨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형집진기에 30년 매진, 이젠 세계 겨냥”

입력
2019.09.07 10:30
0 0

기업 작업환경에 최적화한 맞춤제작이 강점

김향자(왼쪽) 정대근 명진기공 공동대표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운영을, 정 대표는 기술 개발 분야를 맡아 3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김향자(왼쪽) 정대근 명진기공 공동대표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운영을, 정 대표는 기술 개발 분야를 맡아 3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명진기공의 히트상품인 ‘블랙홀집진기’ 앞에 선 김향자 대표.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명진기공의 히트상품인 ‘블랙홀집진기’ 앞에 선 김향자 대표.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자네, 나하고 일 한번 해보겠나?

1989년, 정대근(57) ㈜명진기공 대표는 일본 기술자에게 같이 손잡고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머리가 하얀 노인이었던 그는 소형집진기를 보여주었다. 정 대표는 “이게 무슨 기곈가요?” 하고 물었다. 당시만 해도 소형집진기는 선진 기술이었다. 집진기라고 하면 공장 전체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대형집진기가 전부였다. 정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기술을 배웠다. 이후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을 버틴 덕에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에, 국내 최고의 기름 흡입 기술까지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사업 초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너무 앞섰다는 게 문제였죠. 박람회에 참여해 집진기를 보여주면 반응이 대부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였습니다. 기능과 성능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팔아야 했죠, 하하!”

현실은 막막했지만 그럴수록 의욕은 더 강해졌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근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형집진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고대하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02년이었다. 그즈음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 국소배기장치(집진기) 설치를 장려하면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클린사업장 정책이었다. “이게 뭐에 쓰는 겁니까”하는 질문이 사라진 것은 물론 소형집진기가 공장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환경에 대한 근로자들의 의식도 높아져서 집진기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신규 직원채용이 어려울 정도가 됐다.

“집진기라고 하면 그저 먼지를 잡는 기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용도의 폭이 훨씬 넓습니다. 굵은 먼지를 비롯해 미세먼지, 냄새, 기름, 연기까지 잡습니다. 작업환경 개선에 필수 중의 필수 장비인 셈이죠.”

회사 매출이 늘면서 아내인 김향자(52)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김 대표는 경영을 도맡았다. 부부가 손발을 맞춰서 꾸준히 성장세를 가속했다.

회사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단연 기술력이었다. 일본 기술자에게 필터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단순 기술을 전수받았으나, 현재는 기름 잡는 오일미스트집진기까지 생산하고 있다. 기존 오일미스트집진기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제품이다. 기존 기계는 필터를 넣어 기름을 흡수하는 반면, 명진은 원심분리기를 장착했다. 필터 집진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름을 빨아당기는 흡입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필터 교체도 까다롭다. 그에 반해 오일미스터집진기는 흡수한 기름을 원심분리기로 분리해서 다시 기계로 흘려보내는데다 필터를 세척해 재사용할 수 있는 만큼 처음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다. 진동 등에서 수입품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맞춤형집진기 제작도 명진만의 자랑이다. 작업환경에 최적화해서 집진기를 제작한다. 김 대표는 “맞춤제작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자신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6년에 인도에서 수입상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완제품 수입 대신 “인도에서 만들어 팔겠다. 상표(‘블랙홀 집진기’)만 빌려달라”고 제의해왔다. 김 대표는 직접 현지 공장을 방문한 후에 거부 결정을 내렸다.

“현지 공장 상황이 열악했습니다. 핵심부품을 만들어 조립만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기계 구조상 그런 방법이 불가능합니다. 무리하게 작업을 추진했다간 기업의 장래까지 발목을 잡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국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지난 12월에 새롭게 개발한 제연기를 조달등록했다. 제연기는 흡연부스에 설치하는 집진기로 환기 기능과 함께 미세먼지, 톨루엔, 암모니아, 포름알데이드, 일산화탄소, 오존까지 잡아낸다. 테스트 결과 조달청이 제시한 기준을 웃도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시제품이 나갔고 지자체에 예산이 배정되면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김 대표는 “개발부에서 성과를 냈으니 이제는 경영에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 국내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두면 적절한 타이밍에 큰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진기, 제연기 모두 성장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정 대표와 함께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면서 초격차 성능을 갖춘 집진기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2018년 12월 조달등록을 마친 제연기. 관공서,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흡연실에 설치된다. 명진기공 제공
2018년 12월 조달등록을 마친 제연기. 관공서,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흡연실에 설치된다. 명진기공 제공
근무 중인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내년 제연기 본격 생산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근무 중인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내년 제연기 본격 생산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