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당선무효형… 법원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영향”
1심과 달리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항소심의 희비는 ‘친형 강제입원’에서 갈렸다.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 방송토론회 등에서 발언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이 지사가 친형 고 이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시도에 관여했음에도 TV 합동토론회에서 이를 숨겼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6일 “피고인이 고 이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했다”며 “그럼에도 경기도지사 후보자 TV 합동토론회에 나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행해져 선거기간 내내 해당 발언을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1심과 2심에선 모두 이 지사가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수의 유권자가 지켜보는 합동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선 상반된 시각으로 판시한 셈이다. 이 지사의 토론회 내용이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상고심 판단이 남아 있지만 이번 항소심으로 인해 이 지사의 향후 정치적인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형제간 갈등인 ‘친형 강제입원’ 사건이 꼬리표처럼 족쇄로 작용하면서 최종 항로인 대권가도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소년공 출신의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흙수저’ 인생 스토리와 함께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각인된 그의 정치인생에 이번 항소심 결정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도정 운영에서의 추진력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지사 또한 이번 항소심 결정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2시 40분쯤 법원청사를 빠져 나오면서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부 취재진이 심경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떴다.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지사 측은 "'친형 강제진단'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방송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도지사의 당선을 무효에 이르게 한 무거운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이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무죄였던 1심과 다른 판결로 1,300만 도민을 책임지는 경기도의 수장이 공백 위기에 몰린 것에 대해선 심히 우려된다”고 평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에선 논평을 통해 “최종심에선 나머지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어 이 지사의 민낯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며 “1심에서 명확히 하지 못했던 가족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이 이번 판결로 명확해졌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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