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도 잡지나 신문처럼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서비스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 서비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구독경제’ 시장에 진출했다. 구독경제란 정기적으로 사용료를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뜻하는 말로 ‘소유’와 ‘공유’에 이은 최신 경제모델로 꼽힌다.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은 2~10세 유아와 아동이 대상이다. 월 20달러에 1년간 운동화 4켤레, 월 30달러에 6켤레, 월 50달러에 12켤레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운동화는 100여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동의 발에 맞춰 신발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부모의 고충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 책임자 데이브 코번은 “아동은 선택 범위가 넓어지고, 부모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나이키는 일 년에 두 번 구독자에게 반송용 가방을 전달해 더 이상 신지 않는 신발을 회수하고 수거한 신발은 기부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구독경제가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키에 앞서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월 5달러를 결제하면 하루에 커피 한 잔을 매장에서 받아올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커피 한 잔 가격이 스타벅스가 평균 4,000원인 반면 버거킹은 200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구독경제 실험이 한창이다. CJ오쇼핑은 지난 5월 업계 처음으로 생리대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품 구매보다 저렴하다. 지금은 2~3개월에 한 번씩 결제하지만, 곧 매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생리대 구매 고객 중 정기배송 비중을 5%로 예상했는데, 25%가 넘었다”며 “올해 안에 식품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일정 수량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절반 이상 싼 값에 마실 수 있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내놨다. 선착순 구매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정 운영했는데, 하루 만에 다 팔렸다. 배달 앱 요기요는 지난 7월에 월 9,900원을 결제하면 한 달에 10번 모든 메뉴를 3,000원씩 자동 할인받을 수 있는 ‘슈퍼클럽’ 상품을 출시했는데, 1주일 만에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었다.
구독경제의 확산은 기업들의 이윤 추구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구독경제에서는 많이 파는 것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서비스로 기존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구독경제는 수백년 넘은 소유 개념을 해체하고 있다”고 평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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