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불러 일으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과 전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내년 초까지 각각 1%가량 감소할 것이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분석이 나왔다. 연준이 트럼프 무역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한 것은 처음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추산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GDP가 약 20조달러, 세계 GDP가 약 85조달러 규모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발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줄어드는 GDP의 1%는 미국이 2,000억달러(239조7천억원), 세계적으로는 8,500억달러(1천18조7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된 시기가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올해 2분기 두 시기로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이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에 호전적인 무역정책을 펼쳤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초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작년 5월에는 중국, 멕시코, 캐나다, EU를 상대로 고율관세를 위협해왔다. 미국 정부는 또 올해 5월에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보고서는 작년 상반기에 발생한 첫 번째 충격으로 인해 글로벌 GDP가 올해 상반기까지 약 0.8%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5월과 6월에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지 않았다면 감소한 GDP는 향후 완화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올해 5월부터 재개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GDP에 추가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연준 연구진은 무역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추산하기 위해 신문 기사와 올해 1분기까지 총 4개 분기 동안 미국 기업 1,500여곳의 실적 발표 당시 발언 기록에서 무역 불확실성과 관련된 단어의 언급 횟수를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리스크’ ‘위협’ ‘불확실성’ ‘관세’ ‘수입 장벽’ 등의 관련 단어 언급이 많아졌을 때 미국과 글로벌 각국의 산업 생산과 세계 수입, 미국 주가, 달러 인덱스 등 경제 지표의 동향을 살펴 무역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추산에 어느 정도 오차는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높은 불확실성이 GDP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높은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 연기, 고용 감소, 소비자 심리 위축과 지출 감소를 유발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의 경제활동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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