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신용등급이 중국 반환 이전인 1995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6일 홍콩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14주 이상 이어지는 민주화 시위로 인해 성장률 전망이 급락하는 등 홍콩 경제가 흔들리면서 급기야 철옹성 같았던 국제 신용등급마저 타격을 받은 것이다.
피치는 신용등급 강등 사유로 홍콩의 통치체계인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를 허용한다는 뜻)가 느슨해지고, 중국과의 차별성이 약화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피치는 “수개월 동안 지속된 분쟁과 폭력 때문에 홍콩과 중국 본토의 관계를 규율하는 일국양제 체계의 범위와 유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라며 “이는 중국 본토 관리들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어느 때보다 홍콩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피치는 오랜 시위로 인해 홍콩 통치시스템과 법치의 수준 및 효율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에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홍콩 기업환경의 안정성과 역동성에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책정한 것에 대해선 “일부 시위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지만, 특정 수준의 대중 불만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피치는 “불안요소로 인해 공공기관들의 자신감이 훼손됐고, 기업환경 등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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