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아웃렛 등 대규모 유통업체가 가격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 할인 폭(판매촉진 비용)의 절반 이상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특약매입 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현재 사용되는 지침이 다음달 말로 종료됨에 따라 3년간 연장하기 위해 새로 제정하는 것이다.
이 지침은 대규모 유통업자가 특약매입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과도하게 떠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 처음 마련됐다. 특약매입이란 대규모 유통업자가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한 뒤 일정 비율의 판매 수수료를 떼고 상품 대금을 지급하는 거래 방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의 72%, 아웃렛의 80%, 대형마트의 16%가 특약매입을 통해 발생한다.
새 지침에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가격할인 행사를 할 때 최소 50%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가 정상 판매가 1만원인 상품을 판매수수료율 30%(3,000원) 조건으로 사들인 뒤 할인 행사를 통해 8,000원에 판매한다면, 마트는 가격 할인분(2,000원)의 절반인 최소 1,000원을 납품업체에 보상하거나 수수료율을 낮춰서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
납품업자가 유통업자에게 자발적으로 판촉을 요청할 경우에는 법정 부담비율 50%가 적용되지 않는데, 이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도 지침에 추가됐다. 서류상으로만 납품업자가 먼저 요청한 것처럼 꾸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납품업자가 가격할인 행사를 요청하는 ‘자발성 요건’과 다른 납품업자와 차별화되는 행사를 해야 한다는 ‘차별성 요건’을 동시에 만족할 경우 법정 비율과 관계없이 납품업자-유통업자가 상호 협의를 통해 부담 비율을 정할 수 있다.
이번 지침에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납품업자가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경우에만 자발성 요건을 만족한다고 봤다. 차별성 요건은 판촉행사의 목적과 과정,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다른 납품업자와 가격 할인율이나 사은품 종류에 차별을 두는 등 일부 형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된 행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