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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DMZ를 달리는 자전거

입력
2019.09.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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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9 국제 자전거대회' 참가자들이 대회 첫날인 30일 강원 인제체육관 앞을 출발하고 있다. 인제=연합뉴스
'투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9 국제 자전거대회' 참가자들이 대회 첫날인 30일 강원 인제체육관 앞을 출발하고 있다. 인제=연합뉴스

해발고도 3,000m에 이르는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역인 돌로미티 산맥을 오르내리다 보면 우리나라 속리산 말티고개와 유사한 구불구불한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경사가 가팔라 자동차로 다녀도 어지럽다 못해 구토가 나려 할 정도다. 이 도로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 통행량이 상당히 많다. 내리막에서는 주행 속도가 만만치 않다. 특히 오르막은 걸어 올라가기조차 힘들지만 자전거가 줄줄이 올라간다. 운전자의 허벅지만 보면 젊은 청년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60세 전후 고령자가 많아 깜짝 놀란다.

□ 유럽에서 자전거 대회는 인기가 높다. 1903년 프랑스의 한 스포츠신문이 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시작했던 프랑스 일주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고 월드컵 축구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해발고도 2,000m를 넘는 험난한 구간이 많아 ‘지옥의 레이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3주에 걸친 장기 레이스이고 주행 거리도 4,000㎞를 넘나든다. 파리에서 시작해 피레네와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를 일주한 뒤 샹젤리제 거리로 입성한다. 비와 우박에 시달리고 사망사고도 잦다.

□ 누가 자전거를 발명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지금 형태의 자전거 원조는 독일 귀족이던 카를 폰 드라이스의 작품이다. 그는 지방 산림청 책임자로 넓은 관할지역을 관리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했다. 쉽게 돌아다닐 이동 수단을 생각한 끝에 1817년 라틴어로 ‘빠른 발’이라는 뜻의 ‘드라이지네(draisine)’라는 철제바퀴 자전거를 고안해 냈다. 당시 자전거에는 페달이 없어 사람이 안장에 앉아 양 발로 땅을 밀면서 달렸다고 한다. 그래도 걷는 것보다는 매우 빨랐다.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과학’, 한근우)

□ 자전거의 등장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말과 마차가 없이도 원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자전거 타기에 적합한 여성용 바지를 입으면서 활동이 자유로워졌고 사회진출과 인권신장도 급속히 진행됐다. 그래서 자전거를 ‘자유의 기계(freedom machine)’라고 했다.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와 접경 지역을 달리는 국제자전거 대회 ‘투르 드 디엠지(Tour de DMZ)’가 3일까지 5일간 펼쳐졌다. 자전거가 지구촌의 이념분쟁을 종식하는 ‘평화의 기계(peace machine)’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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