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군ㆍ군의회, 군 당국 제안한 설명회 거부
화천서도 ‘일방통행’식 국방개혁 불만 잇따라
최문순 화천군수 “접경지 연대해 대처하자”
“주민의견을 사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을 물론 대안도 없다는 게 문제다.”
군 당국이 지역에 주둔하는 사단이 해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강원 화천ㆍ양구군 등 전방지역을 찾았으나 지역 민심은 싸늘히 등을 돌렸다.
국방개혁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지역 내 소비의 70%를 차지하는 부대와 장병이 떠난 뒤 지역경제 대책 등 불안한 주민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군의 ‘일방통행’식 통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군 당국과 지역사회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양구군과 군의회는 지난 4일 양구읍 육군 제2보병사단(노도부대)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방개혁 2.0’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육군은 부대 통폐합, 재배치 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와 관심을 부탁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조인묵 군수와 이상건 군의장(2사단 해체철회 범군민추진위원회 위원장), 주민대표들은 “국방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통보하는 자리는 곤란하다”며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날 군 당국이 참석자에게 요구한 비밀유지 서약서를 두고 밀실회의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 의장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통보하는 회의에는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모든 군민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제는 못 참는다. 또 한번 투쟁에 나서 뭔가를 보여주자”는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서면으로 양구군의 입장을 받은 만큼 민ㆍ군이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양구보다 하루 앞선 3일 ‘제2차 지역발전 상생발전협의회’를 진행한 화천군에서도 군 당국의 ‘일방통행’식 간담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화천군에 따르면 군 당국은 사단 해체 및 재배치로 장병 6,000여명이 줄지만,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가 1,000명이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세밀한 대책 없이 국방개혁에 대한 이해만 일방적으로 구했다는 불만이 여전했다.
이선국 화천읍 주민자치위원장은 “장병은 줄고, 간부는 늘어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지역에서의 소비주체는 군 장병”이라며 “주민등록법 개정, 폐광지역지원 특별법 수준의 제도적 대안 없이 변화하는 인원수만 이야기해서는 논의가 진전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용식 화천군 재향군인회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국방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대안도 없이 설명을 하니 주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군수는 “이 문제는 국방부를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내 접경지역 지자체와 연대해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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