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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얼굴 바꾸기’ 앱에 술렁이는 中… 美 대선에 악용?

입력
2019.09.08 17:45
수정
2019.09.09 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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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모모사가 개발해 출시한 '얼굴 바꾸기' 애플리케이션 자오(ZAO).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어 올리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의 얼굴과 내 얼굴을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모모사가 개발해 출시한 '얼굴 바꾸기' 애플리케이션 자오(ZAO).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어 올리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의 얼굴과 내 얼굴을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에서 지난달 30일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앱) ‘ZAO(자오)’가 소비자의 폭발적인 관심을 넘어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급기야 내년 미국 대선까지 거론되면서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 참이다. 이에 중국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중의 호기심이 증폭되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오는 영화나 TV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내 얼굴을 바꿔주는 앱이다.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만 올리면 감쪽같이 선망하는 연예인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가짜를 만드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전에도 비슷한 기능의 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훨씬 손쉽고 보다 자연스럽게, 더구나 무료로 ‘페이스오프(얼굴 바꾸기)’가 가능해지면서 단숨에 시장을 석권했다. 앱을 개발한 ‘MOMO(모모)’는 중국의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인터넷 만남 주선) 업체로,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다.

이처럼 각광을 받았지만 곧바로 우려가 불거졌다. 업체의 약관에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올린 사진을 업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드러나면서 “범죄자들이 나 대신 가족과 통화하고 금융사기에 악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됐다. 이에 8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 측은 “우리 회사의 안면인식 시스템을 자오로는 절대 뚫을 수 없다”고 방어막을 치며 이용자의 불안감을 달래야 했다.

자오가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언제까지 보유할 수 있는지 종료기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실상 빅브라더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정보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공업신식화부는 약관 개정을 지시했고, 모모 측은 “사용자 계정 업데이트 외에는 어떤 용도로도 개인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삭제할 것”이라고 사과하며 시정 조치에 나섰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영화 속 배우와 내 얼굴을 바꿔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 상관없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통될 경우 저작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탓이다. 무역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상대로 중국의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재미가 사회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오 열풍을 둘러싼 중국 매체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심지어 자오의 부작용이 내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 NHK는 “딥페이크 기술로 영상 속 인물을 다른 사람으로 합성하거나 입 모양을 교묘하게 바꿔 다른 말을 한 것처럼 꾸민다면 가짜뉴스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진짜 적은 가짜뉴스”라고 전쟁을 선포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의 탁월한 기술력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어 험악한 미중 관계에 불을 지필지도 모를 일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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