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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 뛰어든 ‘윤석열 검찰’

입력
2019.09.05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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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밖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밖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1997년 말 대선 당시 검찰의 ‘김대중(DJ) 비자금’ 수사 중지 결정은 현대사의 물줄기는 아니어도 실개천 정도는 바꾼 결단으로 평가된다. 만일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으면 DJ의 대통령 당선은 물건너가고, 당시 김영삼(YS) 대통령 언급대로 “호남에서 폭동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YS는 회고록에서 “비자금 규명보다 대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김태정 검찰총장을 불러 수사 중지를 발표하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실은 검찰의 건의를 YS가 수용한 것이다. “정치 경쟁에 검찰이 뛰어들면 불명예와 오명을 안게 되니 대선 후로 수사를 유보하자”는 게 검찰이 제시한 명분이었다.

□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와 주체, 시점은 정국을 흔들 만큼 중요한 변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목전에 두고 검찰이 강제 수사에 뛰어든 배경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의 성향을 주목한다. “뼛속까지 특수통”으로서의 기질과 ‘정치 중립’ 과시로 존재감을 보이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사 준비도 특수부 검사들이 압수수색 1주일 전부터 보안을 유지하며 치밀하게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윤 총장이 조 후보자의 거취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명운’을 쥐게 된 형국이다.

□ ‘윤석열 검찰’의 전도된 상황을 노무현ᆞ이명박 정부 검찰의 판이한 행태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과 맞짱 뜨던 검사들이 이명박 정권 출범 후에는 고분고분해진 이유를 들여다보면 ‘권력화된 검찰’의 본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출신인지 아닌지, ‘친검(親檢) 인사’들로 짜여져 있는지 아닌지가 그들의 편가름 논리다. 절대화된 검찰 권력 분산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 검찰 개혁의 적임자가 “왜 조 후보자여야만 하는가”에는 이견이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실현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고소ㆍ고발전으로 정치의 자리를 검찰에 내주고 있다. 조 후보자 수사가 끝나면 자유한국당을 향한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가 예고돼 있다는 소문은 허투루 흘릴 게 아니다. 검찰 눈치를 봐야 할 한국당이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정치 검찰’은 무능한 정치가 만들고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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