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넘어 퇴직한 한국 남성들은 퇴직 이전보다 퇴직 이후가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 후에도 여전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창업ㆍ재취업을 하거나 이를 준비하는 ‘인생 이모작’도 사실상 필수가 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5일 라이나전성기재단의 헬스&라이프 매거진 ‘전성기’와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대한민국 중년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 연구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는 퇴직 후 5년 이내의 45~70세 사이 퇴직자 7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자들의 행복지수는 퇴직 직후 상실감과 혼란 때문에 급격히 떨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회복됐다. 다만 퇴직 전후를 비교한 행복지수는 여성 퇴직자의 경우 62.3점(퇴직 이전)에서 66.7점(퇴직 이후)으로 높아지는 반면, 남성은 오히려 69.1점에서 64.7점으로 떨어져 퇴직 이후 행복도가 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 후 생활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남성은 여성에 비해 ‘모임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명함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 ‘가족의 눈치를 보게 됐다’는 응답을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남성들이 직장 내 직위에 의존하다가 존재감을 상실하면서 퇴직 후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퇴직 후 경제적 부담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평균 월 소득은 284만원으로 퇴직 전에 비해 188만원 감소했지만, 월 지출은 201만원으로 퇴직 전에 비해 65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퇴직자들 가운데는 퇴직 후에도 부모와 자녀에 대한 지출이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베이버부머 세대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결국 조사 대상 퇴직자의 53%는 재취업 또는 창업을 했고, 34%는 이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과 창업을 고려할 때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적절한 급여 수준(39.4%)이었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은퇴로 소득이 줄어들었지만 노후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퇴직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생 2라운드’에 나서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