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사람을 죽이는 건 도덕적으로 그르다. ②사람에게 이유 없이 고통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③사람에게는 동의 없이 실험할 수 없다. ④인종 차별이나 성차별은 도덕적으로 그르다.
네 가지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공공연하게 주장하거나 남을 쉽게 설득하긴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이들 주장이 왜 옳은지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 하면 어떤가.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한다. 그렇지만 왜 이 ‘평등의 원칙’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어보면 명쾌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동물윤리 대논쟁’의 저자인 최훈 강원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기반으로 동물권을 논한다. ‘동물은 인간보다 하등하다’는 식의, 다수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주장들에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반박한다. 먼저 사람을 죽이면 왜 옳지 않은지, 인종 차별이나 성차별은 왜 옳지 않은지를 묻고 그 이유를 찾은 다음, 동물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법론을 택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기본권부터 육식, 동물 실험, 이종 이식, 동물원 등 동물권과 관련한 다양한 논쟁거리를 철학 이론을 기반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철학자 피터 싱어의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을 자주 인용한다. 인간은 고통을 피하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다른 존재의 불필요한 간섭을 받지 않을 이익이 있다. 이 개념은 동물권에도 충분히 적용된다. 우리가 고기를 먹음으로써 생기는 이익은 고기 씹을 때의 맛 정도이나, 동물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비교할 수 없다.
동물실험 역시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 가능하다. 동물 실험이 인류에 주는 이익이 크면, 동물에 대한 괴롭힘이 정당화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저자는 동물 실험의 옹호 논증, 즉 △인간과 동물이 생물학적으로 유사하고 △인간의 생명을 위해선 동물 실험이 꼭 필요하며 △동물실험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들을 이 같은 관점에서 차근차근 반박한다. 동물 실험으로 얻게 되는 인류의 쾌락과 동물의 고통이 과연 등치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험동물에 가해지는 고통은 확실성이 큰 데 반해 거기서 생기는 인간 이득은 단지 가상의 불확실한 것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저자의 논증 과정 곳곳에서 얻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애완동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존 롤스의 ‘계약’ 개념에 따라 인간이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는 대신 동물은 인간에게 동무가 돼주는 가상의 계약을 맺었다고 치자. 하지만 동물이 합리적 계약자로서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100% 이 계약에 동의할까. 인간에게 예쁨 받을 수 있도록 선택적 교배를 하고, 보호자로부터 귀여움을 받는 대신 집에서 갇혀 지내며 본성을 억눌러야 하는 데도 말이다. 이 책은 애완동물뿐만 아니라 동물 간의 포식에 대한 인간의 개입, 동물의 인간화 등 그간 동물권을 둘러싸고 진전되지 못했던 여러 갈래의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울림이 깊고 길다.
동물윤리 대논쟁
최훈 지음
사월의책 발행ㆍ436쪽ㆍ2만2,0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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