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제주 버스준공영제 버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업체는 근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대표의 90세 노모에게 인건비로 15개월간 1억원 넘게 지급하고, 임원들 연봉을 대폭 인상하는 등 혈세가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이 ‘눈 먼 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5일 ‘대중교통체계(버스준공영제) 개편 운영실태 성과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30년 만에 시행된 제주지역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추진된 정책 및 사업 전반에 대해 제도운용, 재정지원, 노선ㆍ운송관리, 경영ㆍ서비스 분야 등 4개 분야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감사 결과 도내 7개 버스준공영제 버스업체 중 A업체는 대표이사 모친의 연령이 90세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장의 직책을 부여해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월 700만원에서 많게는 월 884만원 등 총 1억1,000여만원을 인건비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감사위는 대표이사 모친 등이 실제 근무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근무하지 않은 경우 회수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또 운송종사자 인건비가 대표이사나 주주의 가족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에게 사업장의 실제 업무와 상관없이 부당하게 지급되거나 과다하게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도는 도감사위의 부당 인건비 지급 지적과 회수 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급된 인건비를 회수 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업체 감싸기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 관계자는 “A업체가 지급 항목을 인건비로 잘못 기재한 것으로, 투자자인 90세 노모에게 실제로는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회수 조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감사위는 대표이사 모친에게 지급된 돈은 상여금이 포함된 인건비로, 배당금을 인건비로 잘못 기재한 게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위는 또 버스업체들이 표준운송원가 항목 간 전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고객 안전과 직결되는 비용인 정비직 인건비를 임원 인건비로 전용해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업체는 1년 사이 임원 인건비를 33.3% 이상 인상했다. 이는 표준운송원가에 반영된 임금 인상률인 2.6%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게 인상한 것으로, 혈세인 재정지원금으로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도는 앞서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2018년에 재정지원금으로 963억원을 투입했다. 이어 올해는 1,021억원, 2020년 1,082억원, 2021년 1,145억원, 2022년 1,210억원, 2023년 1,278억원 등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지원의 약 60%는 인건비에 투입되고 있다.
고종석 도감사위 감사과장은 “이번 감사결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교통비 절감 등 교통복지 혜택이 확대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처음으로 6,000만명을 넘는 등 여러 성과가 있었다”며 “반면 제도운용 등 4개 분야에서 총 35건의 불합리하거나 비효율적인 문제점 등이 확인됨에 따라 도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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