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앞둔 전략” 분석… 왕이, 김정은 10월 방중 협의했을 듯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채 중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방북한 중국 외교부장을 북한 최고지도자가 만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정권 때인 1999년 이후 20년 만이다. 왕 부장은 지난해 5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었다.
왕 부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김 위원장 부부에게 보낸 안부 인사를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했다고 5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왕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았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왕 부장의 방북 때는 북한과 중국 매체가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의 만남을 거의 동시에 보도했었다.
‘북미 대화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만나 북중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왕 부장의 방북 직전까지 나왔었다. 김 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왕 부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북미 실무협상을 염두에 둔 대미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실제로 만나지 않았다면, 북미 관계 수위 조절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10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관련 실무 협의를 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김 위원장이 다음 달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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