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철회? 5대 요구 수용해야”…다시 불붙는 홍콩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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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철회? 5대 요구 수용해야”…다시 불붙는 홍콩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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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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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5일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내달 입법회(우리의 국회)에서 투표나 토론 없이 공식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회에도 불구하고 홍콩 사태가 더욱 격화할 조짐이다. 기세를 잡은 시위대가 성에 차지 않는다며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홍콩 정부와 중국은 “폭동을 막고 질서를 회복하는 건 물러설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송환법과 불법시위 처벌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홍콩 시위대는 대학들의 2주간 동맹휴학이 끝나는 15일 또 다시 대규모 도심 시위에 나설 참이다. 14주를 넘어선 홍콩 사태가 여전히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진선(민진)은 4일 정부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전격 발표한 직후 “5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그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썩은 살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는 노골적 비판도 터져 나왔다. 지미 샴(岑子杰) 민진 의장은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7명이 목숨을 잃고 1,000여 명의 시민이 체포되고 71명이 폭동죄로 기소됐는데 이번 발표는 너무 늦게 나왔다”고 질타했다.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를 요구해왔다. 이중 송환법과 직선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요구는 서로 맞물려 있다. 조사를 통해 강경 진압과정을 문제 삼아 경찰의 폭력을 부각시키면 시위대는 폭도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마련이다. 무차별로 붙들려간 시민 대다수도 풀려날 수 있다. 이에 민진은 “우리의 최우선 요구는 독립 조사위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지난 수개월간의 진실을 규명하고 깡패 경찰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난 7월 1일 시위대가 입법회(우리의 국회)를 점거한 이후 홍콩 정부와 중국은 줄곧 ‘시위대=폭도’라는 프레임을 덧씌워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경찰의 무력행사는 폭동을 진압하기 위한 법 집행과정일 뿐이다. 시위대가 요구하는 독립 조사위나 폭도 규정 철회, 체포자 석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폭력을 막고 혼란을 통제하는 것이 홍콩의 최대 공약수”라며 “소수 폭도의 목적은 이미 송환법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7월 9일 람 장관이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한 만큼 당초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카드에 불과하지만,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대규모 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어 “그들은 폭력으로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부를 마비시킨 뒤 통치권을 빼앗으려 한다”면서 “홍콩의 앞날과 명운이 걸린 문제에서 어떤 망설임과 흔들림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환법 철회로 시위대에게 내줄 ‘완충지대’가 사라진 만큼, 향후 시민들의 집단행동이 지속될 경우 상황이 더 험악하게 바뀔 수 있다는 거듭된 경고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연설에서 홍콩, 마카오,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주요 위협이며, 이들의 도전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결코 느슨히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중국이 직접 나서기보다 당분간 홍콩 정부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대처할 전망이다. 람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송환법 철회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며 “다음달 입법회가 열리면 법안은 투표 없이 공식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위 구성과 관련, “독립 위원회가 아닌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경찰 진압과정을 조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송환법을 내줬지만,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체포자 석방에 대해서도 “범죄자들이 현 법률체계를 위반하도록 놔둘 수 없다”면서 “공권력으로 폭력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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