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어떤 세대인가? 90년 전후에 태어난 에코 세대, 즉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자신들이 잘 살 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강하다. 단지 감각적으로 그런 것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세대는 만성적 일자리 부족에, 비정규직 만연,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지고 학업과 취업에서 무한경쟁을 통해 생존해온 이들은 구조적으로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크다. 그래서 공정성 이슈에 매우 민감하다.
어렵게 좋은 직장에 입사한 청년들은 다시 직장 갑질에 시달리거나 경직적 조직문화를 감당하기 어려워 퇴사를 하거나 퇴사를 꿈꾸면서 정붙이기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위법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입법상 논란이 있음에도 올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게 된 배경도 사람은 ‘조직의 쓴맛’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거라는 베이비붐 세대의 규범이 더는 적용되기 힘든 청년 세대들의 특징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이 사회적 기준으로도 공정해야 하고 법인격도 인격과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기업경영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측면도 있지만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유능한 청년세대를 직장에 붙들어 두고 창의적인 노동을 통해 고성과를 내게 유인해야 한다. 중국, 인도 등 우수한 인적자원을 대규모로 가진 후발주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기업들은 보다 창의적 노동력을 찾아 경쟁력에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고령화된 환경에서 한정된 핵심 노동인력들이 고성과를 산출하지 않는다면 그런 경제는 늘어나는 노인들을 부양하기 어렵다.
기업조직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도 새 구성원들이 들어와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이 노동시장의 주축을 이루어 정년을 연장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는 사실상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시대는 디지털 마인드로 성장한 청년들이 전면에서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나 그 이후 세대들의 질서 있는 양보가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 충분한 임금도 받고 이후 연금도 많이 받고 싶은 것은 모두의 희망이지만 나의 희망을 위해 누군가 그것도 자식 세대가 희생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가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청년 세대에게 본질적으로 불리한 임금체계인 연공급을 포기하고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 세대도 나이 들면 결국 연공급 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은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기술변화로 새 직업이나 직무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공정하지 않다. 하는 일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이 공정하다. 3배가 넘는 신입사원과 고참 사원 간의 임금 격차는 선진국 수준인 1.5배에서 2배 사이가 되어야 한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노후 생활보장이 어려운 현실에서 지금의 연금수준도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은퇴 세대의 연금수준을 높이기 위해 납부 기간이 더 많은 청년들에게 연금 보험료를 올려 받는 것은 불공정한 부담이다. 선배 세대들의 연금부담은 세대 내에서 1차적으로 조정하고 노동시장 소득에만 의지한 연금체계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2차적으로 국가가 조세재정 정책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노령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방안과 상대적으로 고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이 필요하다. 중고령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자산소득이나 근로소득에서 더 고소득층이니 청년 세대에게는 이것이 보다 공정할 것이다. 1차적으로 세대 내에서 노후생활보장 부담을 균등하게 만드는 작업에는 당연히 현재의 공사연금제도를 통합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표준생계비를 결정하고 국민들의 노후 연금수준은 여기에서 큰 편차가 없도록 단계적으로 국가 연금재정 지원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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