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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자체 개발한 지대공 요격 미사일 시스템인 ‘바바르(Bavarㆍ이란어로 ‘믿음’)-373’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개발에 착수한 지 8년 만이다. 최초의 장거리 지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기록될 바바르-373을 두고 이란 언론들은 ‘이란판 S-300’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패트리엇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제 S-300급 대공 요격 체계가 완성됐다는 뜻이다. 이란 지도부는 한술 더 떠 바바르-373이 S-300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S-400의 성능에 더 가깝다고 했다.
바바르-373을 두고 이란은 왜 굳이 러시아의 대공 방어 체계와 비교했을까. 이란은 당초 러시아로부터 S-300을 수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에 러시아가 동참키로 하면서 이란은 S-300 도입 계획을 한동안 접어야 했다. 전략적 동맹 관계였던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은 이란이 이때부터 절치부심으로 개발한 무기가 바로 바바르-373이다. 요컨대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앙금이 녹아있는 작품이 바바르-373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 무기체계 혁신적 최신작”
국방산업의 날을 맞은 이 날 이란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정부 지도자가 총출동한 가운데 바바르-373 공개 행사를 열었다. 앞서 8월 7일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 대공 방어력에 매우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며 22일 바바르-373을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해둔 터였다.
이란 언론 발표에 따르면 바바르-373 탐지 반경은 320㎞에, 고도 27㎞ 이하에서 260㎞까지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다. 100개 표적을 동시 추적하는 가운데 6개를 한 번에 요격할 수 있다. 이란 언론은 “러시아 S-300의 이란형 모델”이라고 평가했고, 로하니 대통령은 “S-300보다 훨씬 강력하다. 바바르-373은 S-400에 가깝다”면서 “이란군과 국민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러시아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S-300의 탐지거리는 약 300㎞로 목표물 추적 거리는 150~200㎞에 달한다. 또 36개 표적을 동시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발표한 바바르-373의 제원과 단순 비교했을 때, 둘의 성능은 비슷하거나 표적 탐지 및 동시 요격 측면에선 바바르-373이 다소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S-400의 경우 탐지 거리가 최대 700㎞에 300개 표적을 동시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바바르-373이 S-400에 가깝다는 이란 지도부 평가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S-300급 요격 체계를 보유하게 된 것만으로도 적잖은 성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단ㆍ중거리 탄도 미사일 강국으로 평가되는 이란은 빈약한 대공망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S-300급 제원을 갖췄다는 이란 발표가 사실이라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물론 이스라엘 등 다른 중동 패권국의 공중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은 비약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위아올마이티’는 “이란 무기체계의 혁신적 최신작이 바바르-373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바르-373 개발 숨은 은인은 러시아?
지대공 요격 미사일 체계 구축에 있어 바바르-373 개발이 당초 이란의 ‘플랜A’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미 12년 전인 2007년 러시아와 9억 달러 규모의 S-300 5기에 대한 수입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계약 내용대로라면 2010년 S-300 5기를 들여와야 했으나, 이 같은 이란의 계획은 성사되지 않았다.
유엔은 2010년 6월 9일 이란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대(對)이란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란 핵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 등 서방의 압박이었다. 당장 러시아의 대 이란 S-300 수출 건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란과 러시아는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러시아의 이란 제재 동참 여부는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란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 앞에 러시아는 결국 S-300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는 “2007년 이란과 S-300 인도 계약을 체결했지만 4차 대이란 유엔 제재의 규제 품목에 S-300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판매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루아브코프 당시 외교부 차관도 “S-300 공급과 관련해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 내용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재차 S-300의 이란 수출 중단을 확인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게임에 동참하지 말라”며 S-300 수출 계약 이행을 러시아에 촉구했다. 이란 외교부는 “유엔의 이란 제재 결의안은 그 자체로 불법적이고 부당하다. 결의안 내에 방어용 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으나 러시아의 수출 중단 입장은 번복되지 않았다.
미국 안보전문 매체 디펜스포스트에 따르면, 이란이 바바르-373 개발에 착수한 시점이 바로 이때였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러시아가 S-300 판매를 결국 거부할 것으로 보이자, 자체적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을 지시했다. S-300 도입이 좌절된 데 따라 바바르-373 개발이 시작됐고, 이란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S-300 또는 이를 능가할 수 있는 대공 요격 체계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돌이켜 보면 러시아가 이란 바바르-373 개발의 숨은 ‘은인’이었던 셈이다.
물론 러시아가 판매할 예정이었던 S-300 5기는 5년 뒤인 2015년 이란에 인도됐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 5개 주요국과 이란 간 핵협정(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 체결되며,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도 해제됐기 때문이다.
◇무더기 토마호크 막아내긴 역부족
바바르-373 개발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S-300을 능가한다는 이란 측 발표대로라면, 바바르-373은 미 해군 이지스함이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은 물론 웬만한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이론일 뿐 미국이 실제 군사 충돌을 불사한다면, 이란이 수백 발의 토마호크와 미군 전투기를 모두 요격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란의 ‘자체 개발’ 주장에 대한 의문도 없지 않다.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했던 이란 무기가 ‘수입산’으로 드러난 경우가 없지 않아서다. 2007년 공개된 가디르(Ghadir)급 잠수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란은 자국 기술력으로 건조했다고 주장했으나, 북한 연어급 잠수정을 슬쩍 개조시킨 모델에 지나지 않았다. 이란이 30여대를 생산ㆍ운용 중인 사에케(Saeqehㆍ이란어로 벼락) 전투기는 미국 노스롭사의 F-5 설계도를 인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친이란 후티반군이 미군 함정에 발사한 대함 미사일 역시 이란이 중국에서 수입한 C-802 대함 미사일의 성능을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당시 유엔 제재 결의에 따라 러시아가 S-300 수출을 중단했다고는 하나, 제재망을 피해 기술력을 전달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수년 사이 이란 대공망이 한층 단단해진 점은 확인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던 지난 6월 20일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국의 첨단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바 있다. 이란은 자체 개발한 대공 요격 미사일인 ‘호르다드-3’가 스파이 활동을 하던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뒤늦게 들여온 S-300 5기 역시 핵심 핵시설이 있는 이란 중부 포르도 지역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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