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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뽑히고 배 뒤집히고…가을 태풍이 더 무서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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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뽑히고 배 뒤집히고…가을 태풍이 더 무서운 이유는?

입력
2019.09.04 18:07
수정
2019.09.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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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지나간 2010년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연대동문길에서 아름드리 가로수가 뿌리채 뽑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지나간 2010년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연대동문길에서 아름드리 가로수가 뿌리채 뽑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14호 태풍 ‘가지키’가 일찌감치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가운데 제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하며 주말에 한반도를 강타할 전망이다.

4일 기상청은 “링링이 이날 대만 동쪽 바다를 거쳐 북상한 뒤 7일 새벽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이날 낮에 서해 상으로 이동하면서 6~8일 한반도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풍의 중심이 서울에 가장 가까운 시점은 7일 오후 6시쯤으로 서울의 서북쪽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링링은 4일 오후 3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4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5㎞ 속도로 느리게 북상 중이다. 중심기압 98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29m(시속 104㎞)로 크기는 소형이며 강도는 ‘중’이다. 이번 태풍은 한반도에 가까워지면서 크기가 커지고 강도도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풍속도 최대 초속 39m에 달해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 가운데선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말~8월 중순보다 여름철 무더위가 한풀 꺾이며 가을에 접어드는 8월 말~9월 중순에 강력한 태풍이 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 가운데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될 만한 ‘루사’도 2002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우리나라를 관통하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루사’는 당시 전남 고흥에 상륙한 뒤 전북 남원, 충북 영동, 강원 평창 등을 거쳐 속초로 빠져나갔다.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39.7m에 달했다. 강원 강릉에는 9월 1일 하루 870.5㎜나 되는 물폭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루사는 246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남겨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산피해는 5조1,479억원에 달했는데 역대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 1위다.

이듬해인 2003년 4조 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겨 역대 2위에 오른 태풍 ‘매미’도 9월 12, 13일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매미는 9월 12일 당시 제주도 동쪽 바다를 지나면서 순간 최대풍속이 초당 60m(시속 216㎞)인 강풍을 일으켰는데 기상 관측 이래 최대치였다. 부산항에서 대형 크레인 11대가 줄줄이 쓰러지기도 했다. 매미는 131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링링과 비슷한 이동 경로를 보였던 2010년 태풍 ‘곤파스’도 8월 29일 발생해 9월 2일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곤파스는 당시 서해를 지나 경기 북부를 관통하면서 전국적으로 사망 6명, 부상 11명 등 17명의 인명피해를 남겼다. 당시 최대 순간 풍속은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초속 52.4m로 기록됐고, 제주 어리목에서는 하루에만 241㎜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처럼 늦여름과 초가을에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선 대만이나 필리핀 인근 바다가 따뜻하게 데워져 태풍이 발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태풍은 주로 27도 이상의 바다에서 발달하는데 현재 대만 인근 바다의 수온은 29도에 달한다. 높은 온도의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수증기가 많을수록 태풍의 위력이 세지는데 시기적으로 8월 말∼9월 초는 대만과 필리핀 인근 바다의 온도가 연중 가장 높을 때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한여름철엔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어서 태풍의 진로를 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지만 초가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해지면서 태풍이 곧바로 우리나라로 북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강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에 접근하다 보니 강풍을 몰고 와 큰 피해를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를 지배하는 차가운 바람과 고온다습한 태풍이 만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 많은 비가 내리는 것도 가을 태풍의 특징이다.

이번 태풍은 이 같은 가을 태풍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한반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링링이 지나가는 동안 서해안과 남해안, 제주도 부근에서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5~45m(시속 126~162㎞)에 이르고, 내륙과 동부지방에서도 초속 20~30m의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바람의 세기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보퍼트 풍력계급에 따르면 13개 등급 중 2번째로 강한 등급인 ‘왕바람’(풍속 초속 28.5∼32.6m)이 불면 큰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건물이 쓰러진다. 가장 강한 등급인 초속 32.7m 이상의 ‘싹쓸바람’이 불면 배가 전복되는 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비 피해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기상청은 “6일 밤 제주도를 시작으로 7일 오전에는 남부 지방, 오후에는 서쪽 지방에 시간당 30㎜ 이상의 매우 강한 비와 함께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며 “서쪽 지방과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와 강한 바람으로 인한 심각한 물적ㆍ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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