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미군기지 조기 반환 한국 정부 결정 존중ㆍ협조할 것”
지소미아 종료와 연관성 부인하지만 “美 불만에 기지 정화 비용 떠안아” 관측
미국 정부가 청와대의 주한 미군기지 조기 반환 카드에 긍정적인 취지의 공식 반응을 내놨다. 미군기지 조기 반환은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해온 미국을 달래기 위한 유화책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기지 반환 지연의 주요인이었던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정부의 반응에 비춰 균열 조짐을 보였던 한미관계도 점차 진정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공보실은 4일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가 8월 30일 발표한 미군기지 조기 반환에 대한 결정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미군기지를 조기에 한국 국민과 지방자치단체에 반환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협조해 나갈 것”이라는 미국 국방부 입장을 한국 언론에 알렸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NSC 상임위원들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절차도 올해 안에 개시하고 원주ㆍ부평ㆍ동두천 지역의 4개 기지(캠프 롱, 캠프 이글, 캠프 마켓, 캠프 호비 사격장)에 대해서도 최대한 조기 반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방침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불만을 내놓던 미측에 대한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실은 미군기지 반환 이후 20여년간 풀지 못했던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 문제를 풀겠다는 유화 제스처였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비용 언급 없이 조기 반환 의사만 내비친 건 우리 정부가 비용 문제를 덮고 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측도 ‘환경 협의’ 단계에서 멈춰 있는 반환 논의를 다음 단계인 ‘반환 건의’ 착수 단계로 들어가도록 하려는 것이 NSC 결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주둔국에 기지 정화 비용을 부담한 선례가 없다. 또 부담 비용 산출 방식에도 차이를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측에 한국 정부의 주한 미군기지 조기 반환 추진 결정 관련 질의에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린 일”이라고 답변한 것도 제염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주한미군 측이나 우리 국방부 모두 이번 결정은 지소미아와 무관하게 미측과 장기간 협의해온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간극을 보였던 한미관계가 봉합되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소미아와 기지 반환 문제는 별개이긴 하지만, 미국이 우리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고 공식 입장을 낸 건 청와대 측이 내민 유화 제스처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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