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국 구하기’ 매몰, 셀프 청문장 제공해 국회 무력화 
 한국당 추석 민심 노리다 자충수… 이틀짜리 청문회가 하루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합의사항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4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각 개최’키로 합의한 데는 여야의 지나친 셈법 탓이란 게 중론이다. 여당은 ‘조국 구하기’에 매몰돼 법정 시한 내 타협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야당은 가족 증인 채택을 명분 삼아 청문회를 미루다가 여당의 기습적인 ‘셀프 청문회’ 전략에 허를 찔린 뒤 뒤늦게 당초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청문회 개최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 가족과 연계된 숱한 의혹에도 협상 과정에서 “가족 증인 채택은 있을 수 없다. 패륜적”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지난달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가족 증인이 청문회장에 서는 것을 막으려 증인ㆍ참고인 채택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실제 후보자 가족이 인사청문회장에 출석했던 전례에 비춰 민주당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2010년 김태호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같은 해 9월 김황식 전 총리 청문회에서는 각각 형수와 누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야당의 반대가 예상됐던 상황에서 민주당이 협상을 타결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2일 열린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야당을 ‘패싱’하자는 전략이었다.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국회 본청 회의장을 빌려 놓고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로 활용한 데 대해 ‘국회 내규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자유한국당도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특히 뒤늦은 청문회 합의의 득실을 따져보면 한국당이 챙긴 건 사실상 없다. 먼저 여야가 합의했던 이틀짜리 청문회가 이날 합의로 하루 청문회로 쪼그라들었다. 당초 의혹이 수두룩하다며 사흘간 청문회 개최를 주장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원내지도부가 협상 과정에서 일관성을 잃었단 비판도 나온다. 애초 후보자 일가를 청문회에 세우겠다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2일 ‘아내와 딸, 모친’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다 이날 가족 증인 없이 청문회를 열기로 한번 더 후퇴했다. 당 일각에선 “이럴 거면 그동안 왜 계속 끌었던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은 이날 바른미래당과 협의해 후보자 가족을 뺀 12명의 증인 명단을 추려 민주당에 건네고 5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나 원내대표가 시간에 쫓겨 여당과 ‘뒷북 청문회’에 합의한 것은 전략 부재와 당내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실제로 당내에선 제때 청문회를 개최할 기회를 놓치고 조 후보자의 일방적 해명 간담회를 열게 해 임명 찬성 여론만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도 중진 의원들은 “국민 시선이 집중되는 청문회를 열어 조국의 위증을 원천 차단하고 파고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조건 없이 청문회 개최를 늑장 합의한 데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핵심 증인 없이 청문회를 진행해야 하는 법사위원인 장제원 의원 등의 반발이 컸다. 한 법사위원은 “후보자 일가 의혹은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국정조사 감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강행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증인도 못 부르는 맹탕 청문회를 왜 합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도 “청문회 5일 전 자료요구와 증인 출석요구서 송달을 해야 하므로 후보자 측이 자료 요청을 무시해도,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며 “청문회를 어쩌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나 원내대표를 겨냥해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라며 사퇴를 촉구하는 페이스북 글을 썼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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