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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페미사이드 국가’ 오명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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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페미사이드 국가’ 오명 벗어날까

입력
2019.09.04 18:03
수정
2019.09.04 22:3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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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100번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가 발생한 이튿날인 1일 여성들이 파리 에펠탑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일까지 올 들어 총 101건의 페미사이드가 발생했다. 파리=AFP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100번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가 발생한 이튿날인 1일 여성들이 파리 에펠탑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일까지 올 들어 총 101건의 페미사이드가 발생했다. 파리=AFP 연합뉴스

“딸 줄리는 파트너(동거인 혹은 배우자)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경찰에 십 수 번 도움을 청했어요. 결국 파트너의 총기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한 이틀 후에 총격으로 숨졌죠.“

지난 3월 파트너의 총에 맞아 살해된 프랑스 여성 줄리 두이브(34)의 아버지 루시엔 두이브는 “딸이 고소장까지 접수했는데도 왜 경찰이 무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인권선진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페미사이드(femicideㆍ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하는 범죄) 발생률이 높은 프랑스가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부터 12주간 협의회를 꾸리는 한편 500만유로(약 66억5,000만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두이브의 사례는 프랑스에서 올 들어 30번째 발생한 페미사이드. 프랑스에서는 지난 2일까지 올해 들어 총 101명의 여성이 현재 또는 전 파트너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는 2017년 기준 여성 10만명당 0.18명이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어 유럽에서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독일의 0.23명에는 못 미치지만 이웃한 이탈리아(0.11명), 스페인(0.12명)보다 크게 높다.

페미사이드의 사회적 인식이 낮은 프랑스가 가정폭력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여성운동가들이 나서 프랑스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7월초 시민 수백 명이 참가한 페미사이드 규탄 집회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페미사이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정부 차원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유럽 주요국 페미사이드 연간 피해 수. 그래픽=신동준 기자
유럽 주요국 페미사이드 연간 피해 수. 그래픽=신동준 기자

가정폭력 상담전화 3919에서 착안해 9월 3일부터 시작한 협의회는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1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프랑스 전역에서 91건의 회의를 열어 페미사이드 예방, 피해자 보호, 범죄자 처벌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번 대책에는 폭력 희생 여성들을 위한 대피소 1,000곳 증설, 경찰서의 가정폭력 대응 강화 등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 정부는 페미사이드를 법률 용어로 인정하는 방안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1970년대에 성 관련 살인을 지칭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페미사이드는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16개 중남미 국가 법안에는 정식 범죄용어로 등록돼 있다. “법의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페미사이드 개념을 법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여성에 대한 폭력을 부추긴다“는 게 현지 인권단체의 지적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가 전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피소 증설 예산 500만유로의 100배인 5억유로의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이자 여성운동가인 클레망틴 오탱은 “정부가 발표한 가정폭력 근절 예산은 공공 지출의 0.01%에 불과하다”고 프랑스24에 밝혔다. 또 여성운동가 카롤린 드 아스는 AFP통신에 “10년 동안 다 알고 있던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3개월 동안 큰 회의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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