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 변경 1.6조원 보강 ‘사실상 2차 추경’
내년 공공기관 투자계획 중 1조원 올해 투자
“재정 투입 효과 없는 돈맥경화만 심화” 우려도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등 기금의 운용계획을 변경해 올해 남은 기간 1조6,000억원 수준의 경제활력 보강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내년 투자 예정액 중 1조원을 올해로 당겨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돈을 최대한 풀어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도인데, 나라 곳간만 ‘열고 또 여는’ 악순환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4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경기부양 방안을 이미 내놓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보복 등으로 경기 악화 위험이 확대되자 또 한 번의 경기 대책을 ‘짜 낸’ 것이다.
이번 추가 대책은 기존 예산을 최대한 집행하는 한편, 추가로 사용 가능한 재정도 모조리 투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본예산(469조6,000억원)과 중앙재정 추경(5조8,000억원), 지자체 추경(33조4,000억원) 등으로 편성된 재정 집행률을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는 14개 기금의 운용계획을 변경해 1조6,000억원의 신규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미 기금에서 세운 사업 계획을 수정해 당초 사업 자금을 최대 20%까지 더 늘려 경기부양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다. 기금운용계획 변경은 국회 동의를 얻지 않는 정부 권한으로, 사실상 1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한 것과 같은 효과로 보면 된다. 정부는 또 올해 54조원인 공공기관 투자 계획을 100% 실행하도록 하고 내년도 투자액 중 1조원을 올해 하반기로 당겨 집행하도록 했다.
이렇게 추가된 재정은 기존 정책사업의 규모와 효과를 키우는데 주로 쓰인다. 가령 고효율 가전기기를 구입하면 가구당 20만원 한도에서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주는 ‘소비 인센티브 제도’에 정부는 앞서 300억원을 편성했는데, 수요에 따라 100억원을 추가할 계획이다.
저신용 서민에 대한 저금리 대출 지원상품인 햇살론 공급 규모도 기존보다 3,000억원 늘린 3조2,000억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도 하반기 3조6,000억원을 추가로 늘려 120조원을 공급하고, 온누리상품권도 2,000억원 추가해 2조2,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다. 수출 기업 지원도 중소기업 수출인프라 조성을 위한 설비ㆍ운영자금 대출 지원규모를 1,000억원 늘려 2,300억원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간 민간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계속 재정만 쏟아붓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올해 2분기 1.0%(전기 대비)의 경제성장률 가운데,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인 반면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였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선 정부가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효과를 볼 수 없는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한다”며 “지금처럼 재정만 퍼붓는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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