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주둔ㆍ외교로 민주주의 수호” 트럼프 보란 듯 ‘동맹 가치’ 강조
“한국의 사례는 교훈적이다. 1953년 휴전 이후 우리는 그곳에 계속 수만 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했다. 우리의 대규모 병력 주둔과 꾸준한 외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독재국에서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지켜줬다. 하지만 40년이 걸렸다. “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 ‘콜사인 카오스(CALL SIGN CHAOS)’에서 한국을 언급한 대목이다. 2010~2013년 중부군 사령관으로 재직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한 시절을 회고하면서 한국을 모범적 사례로 꺼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응이 잘못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는 그 나라가 번영하는 민주주의국가로 변모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시간을 쏟아붓기를 꺼렸다”고 적었다.
그는 해병대 초기 시절을 회고한 대목에선 소대장과 중대장으로 13개국에 파견돼 훈련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동맹의 엄청난 가치를 접하게 됐다”며 한국을 동맹 중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한국의 해병대는 나의 조언자 역할을 했고 꽁꽁 얼어붙은 산악에서 그들의 터프(tough)함을 증명했다"고 칭찬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또 책 곳곳에서 한국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맥아더 장군은 워싱턴의 조언을 무시하고 해병대에 북한 육군의 뒤로 상륙하라 명령해 적이 점령하던 한국의 수도 서울을 탈환했다"라며 "맥아더의 비범함은 연합군 사상자를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적었다. 다른 장에서도 "맥아더 장군이 적진 깊숙한 곳에 합동 상륙작전을 명령한 것이 한국전쟁을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반전시켰다"고 썼다.
회고록은 해병대 4성 장군으로 2013년 퇴역할 때까지의 군 경험을 돌아본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국방장관 재임 시절은 다루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물러난 그가 침묵을 깨고 회고록 출간 등으로 언론에 나서 주목을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피했다. 그는 책 서문에서도 “현직 대통령에 대해 쓰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방식으로 동맹을 경제적 이익으로만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회적인 메시지를 띄웠다. 그는 “역사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창하고 동맹이 없는 나라는 망한다”는 구절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동맹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좋든 싫든 우리는 세계의 일부이며, 동맹들의 이익만큼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동맹들을 필요로 한다"며 "나는 이 일(국방장관직)을 시작할 때보다 동맹 관계를 더 좋은 상태로 끌어올리겠다고 결심했다"고 적었다. "동맹들과 싸우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동맹 없이 싸우는 것"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격언 등을 소개한 그는 "미국 혼자서는 우리 국민과 경제에 보호를 제공할 수 없다"며 "나의 구체적인 해법과 전략적 조언, 특히 동맹들과 신의를 지키는 일이 더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내가 물러날 시기가 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겨냥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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