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표 재벌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앞으로 2년간 더 ‘한시 조직’ 신분에 머물게 됐다.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릴 만큼의 존재감을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인데, 공정위 내부에선 재벌 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법제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소속기관의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2017년 신설된 기업집단국과 국 산하 4개 과(지주회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에 대한 ‘신설기구 성과평가’ 기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재벌개혁을 강조하면서 기업집단국 신설 계획을 밝혔다. 50개 넘는 대기업 문제를 들여다 보기에 과(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단위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김 전 위원장 취임 직후인 그해 9월 기업집단국이 신설됐다.
그간 재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려 온 기업집단국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경제력 집중 문제를 집중 감시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효성, 대림 등 주요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제재했으며 공익법인과 지주회사 수익구조 등 대기업 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최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취임 후 일감몰아주기 등 대기업집단의 행태 교정에 주력하겠다”며 기업집단국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기업집단국은 아직 정부 차원의 공인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법은 부처가 신설 조직을 만들 때 2년간 한시 조직으로 두고 행정안전부의 평가를 거쳐 정식 조직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행안부는 지난달 진행한 성과평가에서 기업집단국을 정규 조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평가 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조직 확충에 걸맞은 실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행안부는 성과평가 과정에서 제재 실적이 저조한 일부 과를 다른 과와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면서 고위공무원 1명 포함 총 41명의 공무원을 늘린 것도 행안부로서는 부담이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불만이 제기된다. 대규모 조사만으로도 대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데, 눈에 보이는 제재 실적만 따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기업집단국이 전신 격인 조사국(2005년 폐지)의 운명을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2년간 성과를 더 따져보겠다는 의미인데, 그 때가 되면 기업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실적에 신경 써야 하는 한시 조직 신분으로는 긴 호흡의 대기업 조사는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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