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에 정통한 선수 출신 30대.’ 롯데가 45일 간 공석이던 단장 자리에 낙점한 카드는 파격이었다.
지난 3일 롯데 구단이 발표한 성민규 신임 단장은 1982년생, 만 37세로 38년간 KBO리그를 거쳐 간 수많은 단장들 중에 역대 최연소다. 대구상고(현 상원고)에서 야구했던 성 단장은 팀내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이대호, 손승락과 동기다. 롯데가 그룹 내부 낙하산 단장 인사에서 벗어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28년 전인 1991년 도선사 출신의 당시 39세 송정규 단장 선임이 유일한 ‘외도’였다.
성 단장은 선수로 경력은 일천하지만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어린 나이에 선진야구 시스템을 체득한 유학파 출신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미국 네브라스카대학에서 공부했다.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2006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선수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 2군에만 잠깐 머물다 미련을 버리고 2년 만에 은퇴, 다시 태평양을 건넜다. 마이너리그 선수를 잠깐 거쳐 능력을 인정 받아 26세에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정식 코치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최근까지는 아시아 지역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선수로 실패했지만 일찍이 훗날을 위해 미국 야구에 매진해 온 성 단장은 특히 적극적 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야구인들도 모처럼 롯데의 선택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성 단장을 잘 아는 야구인은 “합리적이면서 때론 저돌적인 성향도 있다. 롯데로선 신선한 카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성 단장이 주도할 감독 선임이다. ‘친미파‘ 단장을 선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2008년부터 3년간 롯데 지휘봉을 잡았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당시엔 획기적인 자율야구와 소통으로 롯데의 부활에 앞장섰다. 롯데가 성 단장과 함께 고심했던 후보들도 미국 야구와 밀접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성 단장이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뒤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프로세스’다. 야구와 관련한 모든 결정을 시스템에 기반해서 하겠다는 의미다. 프로세스 야구는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의 철학이기도 하다. 과정이 훌륭하면 결과가 실패로 끝나도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낸다는 철학을 발판으로 엡스타인 사장은 컵스의 ‘염소의 저주’를 풀고 10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성 단장은 “내 야구 철학은 첫 번째도 프로세스, 두 번째도 프로세스”라며 “뭐든지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내년 시즌 철학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프로세스를 만들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차기 감독 선정도 프로세스에 기반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라는 팀의 특성을 파악한 뒤 어떤 유형의 감독이 오는 게 맞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그저 ‘이 감독 합시다’ 말하는 것은 내 프로세스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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