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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10억 번다”는 그 카톡방 들어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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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10억 번다”는 그 카톡방 들어가봤더니

입력
2019.09.05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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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 정보 줄게” 무작위 카톡 

 실시간 사이버 도박 홈피로 연결 

[저작권 한국일보]사이버도박 호객 행위_신동준 기자/2019-09-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사이버도박 호객 행위_신동준 기자/2019-09-04(한국일보)

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이버도박이 유행이다. 경찰은 올 상반기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4,800여명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184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사이버 도박 실태를 취재하다 우연하게 “3개월 만에 10억원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카톡방)에 초대받았다. 고수익을 내건 사기 범죄야 워낙 많이 봐왔던 것이라 무시하려다 어떻게 사람들을 꾀는지 궁금해 남았다.

재테크 비결을 알고 싶다 했더니 바로 개인톡이 왔다. 늘씬한 키, 화려한 외모. 프로필 사진만 봐선 잘나가는 금융인 같았다. 하지만 톡을 할 때 자꾸 맞춤법이 틀렸다. 인터넷 주소 링크를 알려주며 회원가입을 권했다. 따라가보니 ‘나눔투자그룹’ 홈페이지였다. 알려준 추천인 코드 ‘star’를 넣고 계좌번호 등을 남기자 30분 뒤 회원가입이 됐다는 카톡이 왔다. 나눔투자그룹이라 해서 다단계 업체로 의심했는데, 실제론 사이버도박 홈페이지였다. 들어가자 ‘홀짝’ ‘사다리타기’ 같은 도박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도박까지 실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나가려는데 다시 개인톡이 왔다. ‘엄선된 회원’ ‘특별한 초대’운운하면서 별도의 오픈 카톡방 주소를 알려줬다. 그 방엔 350여명이 있었다. 환영한다는 톡이 1분도 안 돼 수십 개가 올라왔다. 카톡방 방장은 ‘수익전문가’ 남자 2명의 프로필을 공개했다. 이번에도 멋진 외모와 외제차를 내세웠다. 방장은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듯 “프로젝트 끝난 뒤 남기는 참가자들의 ‘수익 인증’을 잘 보라”고 했다.

방장은 매일 일명 프로젝트에 참여해 돈을 번 이들 명단을 알려준다. 사이버도박 참여자를 모으기 위한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방장은 매일 일명 프로젝트에 참여해 돈을 번 이들 명단을 알려준다. 사이버도박 참여자를 모으기 위한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수익전문가 한 명에게 투자에 참여하고 싶다는 톡을 남겼다. 그러자 일단 튕겼다. 상담이 밀려 있으니 하루 기다리라 했다. 다음날 오후쯤 톡이 왔다. 나눔투자 홈페이지에서 500만원 이상 충전하면 어디다 베팅해야 돈 벌 수 있을지 알려주겠다 했다. 자신만 믿으면 1,000만원만 걸어도 최소 3,000만원을 번다고 강조했다. 시험 삼아 5만원 정도 해보겠다 하자 그건 안 된단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오픈 카톡방에서 한 번쯤은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 다시 올 땐 한결같이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올 줄 몰랐다”며 투자금의 3~4배를 벌었다는 수익 인증을 했다. 수익전문가에게 고맙다는 글을 남기자 회원들은 고생했다는 축하인사를 건넸다.

카톡방에서 이뤄지는 수익 인증. 경찰은 이 역시 미끼일 뿐이라고 했다.
카톡방에서 이뤄지는 수익 인증. 경찰은 이 역시 미끼일 뿐이라고 했다.

이 수익 인증은 진짜일까. 경찰 측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10년 이상 사이버도박만 수사한 김대환 서울경찰청 팀장은 “전문가니 회원이니 수익 인증 등이 모두 사기극”이라며 “아마 한두 명이 수십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여러 회원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거기에 혹해 돈을 충전하는 순간 다 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거는 쉽지 않다. 김 팀장은 “개별 카톡방은, 말하자면 수십여 개의 모집책 중 한 곳이지 핵심 조직이 아니다”며 “내부 제보자가 없으면 사실 잡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수사 인력을 늘릴 방침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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