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는 노모와 장애인 형 돌보며 함께 거주
80대 병든 어머니와 50대 중증지체장애인 형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됐다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심모(51)씨가 범행 당시 직접 112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사건 현장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은 심씨”라며 “사건 직후 심씨가 직접 112에 전화를 걸어 ‘문제가 크게 생겼다’라며 집 주소와 (출입문) 비밀번호를 말해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심씨가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돌봐온 사실도 확인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1일 오전 4시쯤 둔기에 의한 심한 외상을 입고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심씨는 112에 신고를 한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마지막까지 현장에 있다 달아난 심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폐쇄회로(CC)TV 확인과 통신 수사를 통해 뒤를 쫓았다.
심씨는 사건 발생 54시간 만인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암사동 광나루한강공원에서 10m쯤 떨어진 물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심씨의 시신에서는 외상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유서도 없었다. 경찰은 다리에서 투신한 게 아니라 공원에서 그대로 강물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원에 들어가는 장면은 확인했는데, 나오는 장면이 없어 주변을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심씨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형을 돌보다 우발적으로 둔기를 휘두른 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심씨가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는 혐의가 입증돼도 이미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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