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하원이 4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시점을 3개월 더 미루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 표결을 실시키로 했다.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온 보리스 존슨 총리는 하원에서 이 법안이 가결된다면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존슨 총리 취임 이후에도 브렉시트 진통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의사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에 부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해 전날 저녁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328표 대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 집권 보수당 의원 가운데 21명은 당론과는 달리, 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표결은 보수당 의원인 올리버 레트윈 경이 이날 오후 ‘상시 명령 24조(Standing OrderㆍSO 24)’에 따른 긴급토론을 신청하며 이 같은 안건을 상정하자, 3시간가량 ‘노 딜’ 브렉시트 관련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뒤 실시됐다. 레트윈 경은 “존슨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EU의 수용 가능한 변화를 제시하지 않아 브렉시트 합의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레트윈 경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이번이 10월 31일 노 딜 브렉시트를 막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우리는 오늘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안 가결에 따라 하원은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노 딜 저지를 위해 준비한 법안에 대해 4일 투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두 가지 모두 실패할 경우,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오는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결의안이 27표 차로 하원을 통과한 걸 감안할 때, 해당 법안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존슨 총리는 결의안 가결 직후,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조기 총선 동의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총선을 원치는 않지만, 내일 하원이 이 법안에 찬성한다면 대중은 10월 17일 브뤼셀(EU 정상회의)에 누가 갈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코빈 대표가 가게 된다면 그는 EU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지만, 자신이 가면 브렉시트 합의를 얻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원이 내일 의미 없는 브렉시트 연기를 택한다면 총선을 추진할 것이다.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라 동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기 총선 동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존슨 총리가 하원 해산 후, 조기 총선을 확정하려면 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가 필요한데, 전날 필립 리 의원이 보수당 탈당과 함께 자유민주당에 입당하며 집권 보수당 정부도 하원 과반을 잃었기 때문이다. 코빈 대표도 “노 딜 브렉시트를 막는 법안의 통과 이전에는 조기 총선 동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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