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딜 저지법안 총력전 속 ‘1석 차이’ 과반 무너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합의에 상관없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강행하려다, 결국 여당 보수당이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과반 지위를 잃었다. 존슨 총리 방침에 반대한 한 보수당 의원이 탈당하면서다. 여름 휴회를 마친 영국 의회가 이날 개회하면서 ‘노딜’(no deal)도 불사한다는 존슨 총리와 이를 막기 위한 의원들 사이의 막판 총력전이 시작됐다.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여당 보수당 내 일부 ‘노딜 반대파’와 야당으로 구성된 초당적인 ‘반대파 연합’은 노딜 저지법안을 하원에 제출하고 토론을 시작했다. 이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 의회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또 둘 다 실패할 경우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2020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게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보수당에서 탈당하는 의원이 나오면서, 보수당은 의회에서 과반 지위를 잃었다. 앞서 보수당은 하원에서 겨우 1석 차이로 표결을 위한 과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탈당 후 EU 잔류파인 제3당 ‘자유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긴 필립 리 의원은 "집권 보수당 정부는 공격적으로, 또 원칙 없이 손상을 가하는 브렉시트를 추구하고 있다”며 자신의 탈당 사유를 밝혔다. 로이터는 “리 의원의 결정은 브렉시트 반대파를 저지하려는 존슨 총리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유민주당으로 온 리 의원을 환영한다"면서 "그는 끔찍한 '노딜' 브렉시트를 포함한 브렉시트 전반을 중단시키려는 우리의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존슨 정부는 통치 권한도 없고, 도덕도 없고, 과반도 없다”며 정치적 지지 기반을 잃은 보수당 정부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하원에 출석한 존슨 총리는 ‘저지법안이 통과될 시 준수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우리는 당연히 헌법을 수호하고, 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안이 통과돼도 존슨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명한 것이다. 다만 반대파 연합의 노딜 저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보수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이를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존슨 총가의 계획에 따라 오는 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5주 동안 의회를 정회하는 탓에, 물리적인 시간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다.
최나실 기자 vert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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