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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불에 타며 쏟아진 목소리… 미 샌타크루즈섬 선박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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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불에 타며 쏟아진 목소리… 미 샌타크루즈섬 선박의 비극

입력
2019.09.03 18:08
수정
2019.09.03 20: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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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섬 연안에 정박해 있던 상업용 다이버 선박 ‘컨셥션호’가 불에 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섬 연안에 정박해 있던 상업용 다이버 선박 ‘컨셥션호’가 불에 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메이데이(구조 바람)! 메이데이! 메이데이!”

2일 새벽 3시15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 해안경비대 라디오 채널로 한 남성의 다급한 구조 요청 신호가 전해졌다. “숨을 못 쉬겠다”면서 울부짖던 그의 비명은 ‘지지직’ 하는 잡음과 뒤섞인 상태에서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공포심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샌타바버라 남쪽, 로스앤젤레스(LA)에선 서쪽으로 140㎞ 떨어진 샌타크루즈섬 연안에 정박해 있던 상업용 다이버 선박 ‘컨셉션호’를 화마(火魔)가 집어삼키던 순간의 모습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절 연휴(8월 31일~9월 2일) 마지막 날인 이날 발생한 해상 화재는 탑승자들이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배 전체로 번졌다. 구조 신호를 접수한 지 15분 이내에 헬기 두 대와 쾌속정 등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속수무책이었다. 해안경비대 소속 애런 베미스는 “화재 규모가 너무 컸다. 우리가 선박에 들어가 생존자를 구출해 내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CNN에 말했다. 인근에 있던 선박 ‘그레이프 이스케이프호’의 선장인 밥 핸슨도 NYT에 “몇 초마다 계속 폭발이 일어났고, 배 측면의 모든 구멍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결과, 컨셉션호 탑승객 39명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은 고작 5명에 불과했다. 화재 순간 갑판에 있던 선장과 승조원 4명만 바닷물에 뛰어들어 그레이프 이스케이프호에 의해 구조됐을 뿐, 나머지 34명은 모두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당시가 새벽이었던 만큼, 모두 갑판 아래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탓이다. 로이터통신은 “2일 밤까지 총 25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해안경비대 대변인 모니카 로체스터는 “매우 비극적인 사고”라며 “아침까지 계속 수색을 하겠지만,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생존자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NYT는 “최근 수십 년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해양 사고 중 하나”라고 전했다.

화재 원인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사고 선박 탑승자의 한 가족은 현지 KTLA방송에 “선상에서 프로판가스 폭발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했으나, 해안경비대와 소방당국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단 선박 회사나 선장 및 승조원들의 과실 또는 불법 행위는 포착되지 않았다. 로체스터 대변인은 “선박 측은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컨셉션호의 선사인 플리츨러스 트루스 아쿠아틱스도 현지에서 선박 관리와 관련해 좋은 평판을 듣는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승객 구조 없이 선장과 승조원들만 살아남은 사실은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NYT는 그러나 “승조원들의 태만을 논하기엔 이르다”라며 섣부른 비난을 경계했다.

선체 길이 22m인 컨셉션호는 평소 샌타바버라 항구에 정박하면서 샌타크루즈섬까지 스쿠버 다이버들을 실어 나르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주LA총영사관은 “한국인이나 한국 교민 탑승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지금까지 교민 안전과 관련해 문의해 온 확인 전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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