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서비스원이 민간 위탁업자에 밀려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권을 따내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민간에 위탁해 운영해 오던 사회복지시설과 보육시설을 공공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서비스 질과 종사자 처우를 높이기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출범하자마자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관련 법 통과가 계속 지연되면 사회서비스원의 ‘개점 휴업’이 계속될 전망이다.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산하 어린이집 운영자 공모에서 최종 탈락했다. 복지부 시범사업 진행에 맞춰 올해 3월 출범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으로서는 첫 어린이집 공모여서 서울시가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운영권은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이모씨에게 돌아갔다.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행정업무를 전담할 직원을 따로 두고 보육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보육의 질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도 경쟁에서 탈락한 원인 중 하나로 공모 방식이 새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에 불리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중랑구가 본보에 공개한 ‘공통심사 기준표’를 보면 심사기준 항목 상당수가 원장의 경력과 실적을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앞으로 어린이집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배점은 총 40점이지만 원장에 대한 배점은 55점이나 된다. 오승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사회서비스원은 신규기관이므로 그동안의 운영실적과 공신력, 기여도면에서 높은 배점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자 공모와 심의 결정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지자체 산하 보육정책위원회가 맡는데, 이 위원회가 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기초지자체는 오랫동안 민간영역에 기대어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해오면서 관계가 깊어졌다”며 “위원회를 핑계로 사회서비스원 사업에 비협조적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혜성 복지부 서비스자원과장도 “현재 사회서비스원은 서울과 경기, 대구와 경남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제도 시행 초기여서 기존 어린이집 원장들의 네트워크를 뚫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사회서비스원이 굳이 운영자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도 운영권을 우선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사회서비스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지난 1년여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승은 정책국장은 “법 통과가 우선이지만, 그전이라도 복지부와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어린이집 위탁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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