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독보적인 특별함을 기대케 만드는 수식어인 만큼, 매일 수많은 작품들을 형용하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진짜 ‘역대급’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채울 만한 작품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달 시청자들을 만나게 된 두 작품에게만큼은 조심스럽게 ‘역대급’이라는 단어를 붙여봄 직 할 듯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OCN ‘타인은 지옥이다’와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이야기다.
지난 달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꿈을 접고 서울로 도피하듯 상경한 청년이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 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의 원작이 된 동명의 인기 웹툰은 포털 사이트 연재 당시 누적 조회수 8억 뷰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웹툰 역시 연재 당시 뜨거운 인기를 구가했다. 누적 조회수 11억 뷰에 달하는 해당 작품은 실패한 인생들이라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히어로들이 모이는 곳으로, 대마그룹의 공식 유배지이자 재래 상권에도 밀리는 저품격 천리마마트를 기사회생 시키려는 엘리트 점장과 마트를 말아먹으려는 불도저 사장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드라마 시장이 다각화 되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들은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제작사나 채널의 입장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흥행에 성공한 원작들을 통해 드라마의 흥행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지점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생’, ‘김 비서가 왜 그럴까’ 등은 웹툰을 원작으로 해 드라마의 흥행에도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덕분에 지난 1, 2년 사이 수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의 작품은 기대완 달리 ‘흥행 실패’ 라는 타이틀을 달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이미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원작 웹툰을 팬들의 기대치에 맞춰 영상화 하고, 원작을 넘은 드라마만의 재미를 더해 흥행까지 견인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웹툰 원작 작품들은 드라마화 확정 이후 캐스팅 단계부터 원작 캐릭터와 실제 출연이 확정 된 배우간의 이미지를 비교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몸살을 앓는 등 다양한 고민을 안아왔다. 이와 관련해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원작의 인기나 리스크의 최소화라는 지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원작 웹툰이 좋은 작품일 수록 영상화를 잘못했을 대 올 비난과 실패의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웹툰 원작 드라마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타인은 지옥이다’와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역대급’ 작품 탄생의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원작 웹툰의 인기는 빼놓을 수 없는 기대 요소다. 앞서 드라마 흥행을 성공시켰던 ‘미생’의 원작 웹툰이 누적 조회수 6억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2억뷰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연재 당시 각각 8억뷰, 11억뷰를 기록했던 ‘타인은 지옥이다’와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인기는 드라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변수 역시 존재한다. 연재 당시 총 누적 조회수 11억뷰를 기록했던 웹툰 ‘치즈인더트랩’이나 50억뷰에 빛나는 ‘마음의 소리’의 경우 기대 속 드라마화를 결정했지만, 원작을 향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을 기록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은 지옥이다’와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이 같은 변수에 대한 우려를 싱크로율 100%에 달하는 캐스팅으로 씻었다.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이현욱, 박종환, 이종옥 등이 주연 배우로 나선 ‘타인은 지옥이다’는 원작을 만든 김용키 작가는 물론 원작 팬들 역시 감탄을 전했을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로 첫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달 31일 베일을 벗은 첫 방송에서는 소름 돋는 비주얼 싱크로율에 기대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며 원작을 뛰어넘는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역시 ‘미친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다. 사장 정복동 역의 김병철과 회장 김대마 역의 이순재를 필두로 이동휘, 박호산, 강홍석, 정혜성, 김호영, 심지어 빠야족까지 완벽 싱크로율을 자랑한 것이다. 이미 연기력은 입증 된 배우들인 만큼, 해당 작품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작의 인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스팅까지. 흥행을 위한 초석은 준비된 상황 속에서 이들은 ‘원작과는 다른 한 방’을 통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경우, 드라마 곳곳에 원작과는 다른 설정들을 심으며 변주를 통한 새로운 재미를 전하고 있다. 원작에는 없던 인물인 서문조(이동욱)의 등장과, 원작과는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윤종우(임시완)의 행동 등이 그것이다. 원작 속에선 최종 보스 격이었던 인물인 유기혁(이현욱)은 2회만에 죽임을 당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반전 속에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만드는 ‘타인의 지옥이다’는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이미 모두 갖춘 모습이다.
아직 첫 방송을 시작하지 않은 ‘쌉니다 천리마마트’ 역시 원작과는 또 다른 웃음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변주에 성공한다면, 두 작품이 나란히 웹툰 원작 드라마계의 ‘쌍끌이 흥행 신화’를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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