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논란이 됐던 제철소 용광로 블리더(bleederㆍ압력조절 밸브) 개방이 허용된다. 대신 업계는 공정을 개선하고 시설 투자를 늘려 오염물질 배출저감에 나서고 정부도 오염물질 배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업 정지 처분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우려하던 업계는 대기환경보전법의 예외조항으로 인정받아 조업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한숨 돌리게 됐다.
3일 환경부는 제철소 고로(용광로)의 조업 중단 가능성을 계기로 논란이 된 블리더밸브 개방 문제의 해법을 정부, 업계,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한 민관협의체에서 6차례 논의한 결과 찾았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의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 의혹 제기로 지난 6월 협의체를 발족한 지 2개월여 만이다.
블리더밸브란 고로 상부에 설치된 안전밸브로, 용광로 내부압력이 일정 이상 높아지면 열리도록 된 장치다. 고로 정비 시 폭발 예방을 위해 블리더를 열기도 한다. 문제는 밸브 개방 시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기초자치단체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 블리더를 열어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면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사전통지 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블리더 개방이 폭발 등 대형사고를 막기 위한 필수 공정이고, 행정처분에 따라 조업을 정지할 경우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간협의체에서 확정된 저감 방안에 따라 업계는 블리더밸브를 열 때 개방일자, 시간 및 조치 사항 등을 인허가기관인 지자체나 유역ㆍ지방 환경청에 보고해야 한다. 또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가루 투입을 최소 3시간 이전에 중단하고, 용광로 내 압력 조정을 위한 풍압을 낮게 조정하는 등 작업절차 개선을 통해 먼지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정 개선 외에도 용광로 이외의 다른 배출원에 대한 환경시설 개선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부도 브리더밸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해서 관리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내년 4월 3일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 및 사업장 총량제 확대와 연계해 브리더밸브 개방 시 오염물질 배출량을 업체에서 배출하는 연간 오염물질 총량에 포함시켜 관리할 계획이다. 연간 먼지 배출량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1.7톤, 광양제철소 2.9톤, 현대제철 1.1톤으로 추산된다. 환경부는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사회에서 이미 구성되거나 구성 예정인 협의체와도 이행상황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민관 협의체 논의 결과에 따라 고로 브리더 개방이 대기환경보전법상 ‘예외’로 인정받게 됨으로써 조업정지 처분이 취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철강업계는 민관협의체 권고에 따라 조업정비 시 안전밸브 개방을 법에 따른 예외 인정사유로 추가하는 변경신고 절차를 밟으면 더 이상 위법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지역 사회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환경개선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금한승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일단 업계가 자체 개선계획서 등을 포함해 변경신고를 지자체에 신청하고 변경신고 절차를 거치면 법에 따라 예외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 법 체계에서 블리더밸브를 개방하더라도 더 이상의 위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충남도는 이번 발표가 현대제철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며 이번 결정이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환경단체도 이번 민관협의체 논의로 블리더 개방을 통해 배출되는 물질이 수증기에 불과하다는 철강업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전까지 이뤄진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제재 없이 고로 블리더를 개방하고 행정조치가 취해지자 제철사는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빌미로 사실과는 다른 내용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불법으로 고로 블리더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해온 제철소는 이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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