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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무리 생각해도 비출산

입력
2019.09.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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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조성욱(사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혼인 조 후보자에게 “아직 결혼 안 하셨죠?”, “본인의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오대근 기자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조성욱(사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혼인 조 후보자에게 “아직 결혼 안 하셨죠?”, “본인의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오대근 기자

인사청문회 중, 야당 국회의원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아직 결혼 안 하셨죠?”, “본인의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인사청문회라는 지극히 공적인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떠올릴 뿐 아니라, 입 밖에 내어 말하기까지 하는 남성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은 장관급 공직의 후보자로서 자격 검증 절차를 거칠 때조차도 결혼과 출산에 관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며칠 전 통계청이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합계출생률이 201개국 중 최하위였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어 낮은 출생률에 대한 분석과 보도가 쏟아졌다. 아마 곧 뭔가 정책적 대안도 제시가 되리라. 그러나 소위 가임여성으로서 체감하는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통계와 부합하고, 심지어 위 인사청문회 발언과 같은 에피소드와도 부합한다. 즉, 지난 몇 년간, 이 나라에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아이를 낳아 볼까”라는 생각을 할 만한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출생률이 낮다는 언론 보도를 화제 삼아 다짜고짜 “너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요즈음은 마흔까지는 노산도 아니다” 같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얹는 사람들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만났다.

낳나 봐라. 내가 이 땅에서 아이를 낳나 봐라.

내가 내린 결론을 날 것 그대로 말하자면 이렇다. 부모가 나에게 준 것과 같은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는 소위 정상 가정의 틀 안에서 행복하게 자랐고,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주 조금만 더 여성을 출산의 의무를 진 가축이 아니라 인간처럼 대하는 시늉을 했다면 아마 지금쯤 아이를 둘 정도 낳았을 보수적인 집단에 속한다. 성장하며 부모와 자식 간의 강렬한 유대, 절대적 사랑과 무한한 신뢰를 경험했고, 자식으로서 했던 그 모든 경험을 부모의 자리에서 다시 해 보고 싶었다.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한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경험한 가족이라는 관계나 부모됨에는 나 자신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신체적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지.

출생률 저하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소위 정상 가족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압박이다. 저출생 대책 중 상당수가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일정 연령에 사회적ᆞ법률적으로 인정받은 혼인을 한 사람들에게만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기회가 주어진다. 비혼모부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성 간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사회에 원만히 편입될 수 있다.

둘째는 지극히 편중된 출산과 육아의 위험 부담이다. 출산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공적 장소에서 당당히 말한 남성 국회의원은 결코 출산할 수 없다. 감히 말하자면, 나는 남에게 아이를 낳아라, 하나는 외롭다, 딸이 좋다 아들이 좋다 따위의 말을 주워섬기는 사람들 중 실제로 출산과 육아에 능동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는 예단을 갖고 있다.

내 나이 지인들 중 아이를 낳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이들은 백이면 백 어떤 식으로든 신체적 변화와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적어도 30년 이상 살면서 만들어진 인간으로서의 어떤 사회적 인격이 임산부-아기엄마라는 너무나 무겁고 일방적인 역할의 무게에 짓눌린다. 경력단절이라는 말로는 충분치 않다. 출산으로 단절되는 것은 경력만이 아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긍정적인 사례가 없다. 이번 인사청문회처럼, 역시 여성이면 몇 살이고 어떤 성취를 이루었든 이 나라에서는 결국 저런 소리나 듣는구나 싶은 경험만 직간접적으로 쌓여간다. 나는 어쩌면 어머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는, 역시, 아무리 매번 다시 고민해 보아도, 아니다.

정소연 SF소설가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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