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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유물론자, 강남좌파…초유의 조국 기자간담회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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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유물론자, 강남좌파…초유의 조국 기자간담회 결정적 순간

입력
2019.09.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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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기자간담회 형식의 ‘셀프 청문회’를 열어 자신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자정을 넘겨 3일 새벽 2시 16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진행된 밤샘 기자간담회의 ‘결정적 순간’을 꼽아봤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고위 공직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는 ‘사과’로 시작됐다. 조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자신의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점 역시 깊이 반성하고 사과 드린다”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줬다”며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조 후보자의 딸 진학 과정과 연관된 의혹에 분노하고 좌절한 젊은 세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느낀 것은 현재의 논란이 다름아닌 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뉘우침”이라고도 밝혔다. 트위터 등 과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 지금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이 기회를 주면 제 한계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소명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직 수행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대선 출마 등 향후 정치적 거취에 대해선 “과분한 이 자리 외에 어떤 공직도 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좌파 맞지만 기계적 유물론자 아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는 이날 스스로 ‘금수저’라는 표현을 쓰며 한계도 인정했다. 그는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다.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다”면서도 “난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본과 노동의 무조건적 대립만 강조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또 “강남에 살면 더 재산 쌓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진보 이야기하면 안되고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제가 고민하고 공부했더라도 실제 흙수저 청년들의, 실제 흙수저인 사람들의 마음을, 그 고통을 얼마나 알겠나. 10분의 1도 모를 거다. 그게 제 한계다”라며 “그렇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 한다”며 “금수저, 강남좌파라는 야유를 받아도 내가 생각해온 것, 우리 국가권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男 기자들, 야밤에 딸 집 문 두드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마친 뒤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마친 뒤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딸 관련 얘기를 하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밤 10시 심야에 혼자 사는 저희 딸아이 오피스텔 문을 남성 기자 두 명이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다”고 말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딸아이가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달라. 입장을 바꿔놓고 어떤지 한 번 생각해 봐달라”며 “저희 아이가 벌벌 떨면서 안에 있다. 그렇게 생활하는 게 맞나. 정말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던 조 후보자는 이후 “매일 매일 딸아이한테 전화를 받다가 억눌려 있었던 것이 이런 자리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린 것 같아 미안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버지 묘비까지… 제가 참 불효자”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불효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선친이 운영하던 웅동학원 배임 관련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에서다. 그는 “심지어 저의 아버님 묘비까지 보도가 되는 일을 보았다”며 “제가 참 불효자다. 어떤 분이 가서 저희 아버님 묘소 위에서, 우리 아버님을 밟고 묘비를 찍었을지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꼭 그렇게 하셔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에 위치한 조 후보자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김 의원은 조 후보자 아버지 묘소의 비석 사진을 함께 올린 바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조 후보자는 이어 여러 오해가 있다면서 부친이 웅동학원 이사장을 맡게 된 과정을 전했다. 조 후보자는 부친이 웅동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활동비를 포함, 차량 제공을 받지 않았고 사비로 각종 법정 부담금과 세금 등을 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저희 선친이 위인이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저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돌아가신 아버님까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끄러움 깊이 간직하겠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 후보자는 3일 새벽까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검증 과정을 통해 인생을 살아오면서 너무 쉽게 지나온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염치와 간절함을 항상 마음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청년들을 보며 느낀 부끄러움을 깊이 간직하겠다. 의식하지 못한 채 받은 많은 혜택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또 “공직자의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무겁고 막중한 책임을 잊지 않을 것이며, 기회가 주어지면 그런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일보 이슈36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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