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전쟁으로 독도를 되찾자”는 망언을 한 마루야마 호다카(丸山穗高) 중의원 의원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의원직 사퇴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개개 의원에 대한 코멘트는 삼가겠다”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3일 ‘전쟁 발언 또 다시, 의원으로 눌러앉아 있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회에서 그를 의원직에서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 마루야마 중의원 의원이 지난달 트위터에 한국 국회의원들의 독도 상륙과 관련해 “전쟁으로 (독도를) 되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되찾기 위해선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당시 중의원이 그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가결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을 통한 영토 분쟁 해결을 지지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헌법 9조도 유엔 헌장도 무력에 의한 국제 분쟁의 해결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매우 중요한 원칙을 고민하지도 않고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는 현재 징용공(강제동원) 문제 등을 계기로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고, 양국 정부의 대응이 경제와 시민 교류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태”라며 “이때 양국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립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 전쟁 발언 논란으로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된 마루야마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것에도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하고, “여야 정당이 일치해서 의원 사퇴를 압박할 의사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東京)신문은 이번 마루야마 의원의 독도 관련 트윗이 앞서 쿠릴 4개섬과 관련한 전쟁 발언 때보다 크게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전쟁사 연구가 야마자키 마사히로(山崎雅弘)는 “국회의원이 헌법을 위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중대한 일로, 언론이 톱기사로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쟁을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으며 이번 발언도 그 일부”라고 밝혔다. 미즈시마 히로아키(水島宏明) 조치(上智)대 교수는 “마루야마 의원의 발언을 보도해서 이익을 얻는 쪽은 마루야마 의원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뿐”이라고 지적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전날 회견에서 “(지난 6월) 규탄 결의가 완전히 짓밟혔다”면서 “당파를 초월해 국회의 책임으로서 사직을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5월 쿠릴 4개섬에 대한 전쟁 발언 당시에는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나, 독도에 대한 전쟁 발언에는 “개개 의원에 대해 코멘트 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밝히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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